[휴지통]“한우육질 떨어진건 심한 공사소음 탓”

  • 입력 2008년 1월 2일 02시 52분


환경분쟁조정위, 건설회사에 피해배상 결정

경북 김천시에서 한우를 기르던 박모 씨에게 2005년부터 고민이 생겼다.

병에 걸리지 않은 소가 이유 없이 야위었고 송아지를 쑥쑥 낳던 암소가 좀처럼 새끼를 배지 못해서다.

사정이 이러니 시장에 내다팔 때 육질 등급이 떨어졌다. 여물이 잘못됐나 싶어 살펴보고 축사를 깨끗이 청소했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박 씨는 몇 달 전 축사 근처에서 시작된 도로공사를 생각했다. 아무리 따져 봐도 공사장 소음 외에는 소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자료를 찾아 공사 이후 육질 등급이 1, 2단계 떨어졌음을 확인한 뒤 박 씨는 시공사인 S건설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다.

S건설이 받아들이지 않자 그는 지난해 2월 1억1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재정신청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냈다.

조정위는 1일 박 씨의 손을 들어줬다. 공사 소음이 박 씨가 기르던 한우 160마리 중 88마리의 발육 부진과 번식력 저하, 육량 감소, 육질 저하를 가져온 사실을 인정하고 S건설과 하청업체가 박 씨에게 총 4173만8000원을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이 중 육질이 떨어진 부분에 대한 배상액은 740만 원에 이른다.

조정위는 S건설이 공사를 할 때 일부 기간의 소음이 62∼79dB(데시벨)이어서 한우가 견딜 수 있는 소음의 최대치(60dB)를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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