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에 대졸자들의 일자리만 있는 게 아닌 점을 감안하면 뭔가 크게 잘못된 기형적 구조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렇듯 대학 진학이 대세라면 전문계 고교에 대한 대수술이 불가피한데도 정부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기능인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의 정체성과 대다수 학생의 대학 진학이라는 현실적 상황이 충돌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나 몰라라 하며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전문계 고교가 언제부턴가 의붓자식 취급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억측일까. 중앙 정부가 전문계 고교 예산 지원에서 발을 빼고 지방자치단체 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으니 전국적으로 고루 잘될 턱이 없다. 예산 지원 축소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는 기능인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가 무색할 만큼 대입특별전형을 활성화시켜 오히려 전문계 고교생의 대학 진학을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물론 대학 진학의 수요 충족이라는 현실적 대안일 수도 있지만 본말이 전도된 ‘전문계 고교 죽이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종합고를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과거 시행되다 거의 자취를 감춘 바 있지만 취업반과 진학반을 따로 운영해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부응하자는 것이다. 물론 진학반은 일반계고 못지않은 교육과정 및 활동이 필요하다.
장세진 전주공업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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