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면적 學力평가, 교육病 치료의 첫걸음 돼야

  • 입력 2008년 1월 5일 02시 55분


미국 영국 독일의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다니는 초중고교의 학력평가 결과를 쉽게 알 수 있다. 지역별 학교별로 순위까지 매겨져 인터넷 등에 공개된다. 반면에 한국에서 전국 단위로 이뤄지는 학력평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유일하다. 그나마 초등 6학년과 중학 3학년의 3%, 고교 1학년의 5%에 대해서만 실시하는 부분적인 평가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이런 평가 결과조차 철저히 비밀에 부쳐 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올 하반기부터 학력평가 대상을 초중고교생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평가 결과도 학교별로 공개된다. 재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의 교사들과 지역 교육청은 학부모에게서 강한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정부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 성적이 부진한 지역이나 학교에 개선을 위한 지원과 함께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은 폐교까지 한다.

3년 전 이명희 공주대 교수,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 등은 200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를 입수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가 교육부로부터 자료 유출 혐의로 형사고발까지 당했다. 당시 결과를 보면 고교 1학년의 경우 가장 성취도가 높은 지역은 광역시들로 평균 55.3점이었으며 중소도시는 54.8점, 서울은 50.5점, 읍면지역은 38점이었다. 도농 간 격차가 17점 이상이었고 서울도 의외로 낮았다. 같은 서울에서도 강남구는 최하위 10% 그룹에 속한 학생이 100명 가운데 1.4명에 불과한 반면 어느 구는 22.5명이나 됐다. 학력 격차가 그만큼 심각하다.

교육당국이 공개를 거부한 것은 교육정책 실패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부는 취약 지역에 예산을 더 지원하거나 우수 교사를 배치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국민이 학교 정보(情報)와 단절돼 있기에 이런 책임 방기(放棄)가 가능했다.

전면적인 학력평가 실시 및 결과 공개는 이제라도 곪은 상처를 찾아내 치유책을 세우기 위한 출발점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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