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재선 괴담’…군수당선자 선거운동원 2명 잇따라 숨져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2분


금품살포 혐의 조사후… 경찰 “鄭군수 소환”

“인심 좋고 순박한 청도에서 이게 무슨 얄궂은 일인지….”

소싸움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경북 청도군이 지난해 12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른 군수 재선거 후유증으로 충격에 휩싸였다.

당선된 정한태(54·무소속) 군수의 선거 운동원이 유권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숨지거나 줄줄이 구속됐기 때문.

6일 오전 8시 반경 청도군 청도읍 양모(57) 씨가 집 근처 자신의 복숭아밭에서 숨져 있는 것을 아들(31)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양 씨 옆에 막걸리 병과 비타민 음료 병이 놓여 있고 음료 병에서 농약 냄새가 풍기는 점으로 미뤄 막걸리에 농약을 타 먹고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들은 경찰 조사에서 “5일 아침 과수원의 가지치기를 하러 간 뒤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최근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괴롭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진술했다.

정 군수의 선거 운동원이던 양 씨는 유권자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로 지난해 12월 25일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6일에도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선거를 이틀 앞둔 12월 17일에는 정 군수 선거 캠프의 운동원 김모(52·청도군 화양읍) 씨가 자신의 집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졌다.

김 씨는 청도의 예모(61) 이장의 부탁을 받고 유권자 10명에게 50만 원을 돌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이었다.

경찰은 예 씨를 12월 2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6일에도 정 군수의 선거운동본부장이던 박모(68) 씨 등 2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12월 중순 청도읍 지역의 선거 책임자들에게 “선거가 끝나고 보상해 주겠다”고 지지를 부탁하면서 활동비 명목으로 100만 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정 군수의 선거사무실에서 수천 명의 이름이 적힌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을 모두 조사할 방침이어서 선거를 둘러싼 파문이 군 전체로 확대될 조짐이다.

청도군 화양읍에서 농사를 짓는 강모(64) 씨는 “조사를 받는 이웃이 늘어나 동네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이러다 청도가 쑥대밭이 되지 않을까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군청 직원들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직원은 “전임 군수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했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또 부정선거가 생겨 창피하다”고 걱정했다.

기업가 출신인 정 군수는 ‘부자 청도’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이번 선거에서 1만여 표(34%)를 얻어 당선됐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던 정 군수는 선거운동원이 잇따라 숨지거나 구속되자 괴로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선거법 위반 사건에 정 군수가 직접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입증해 가고 있다”며 “조만간 정 군수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청도군은 주민 5만여 명 중 절반가량이 감이나 복숭아 재배 등 농업에 종사한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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