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법조인이 되려면 전공이나 학력과 상관없이 사법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진다. 정부가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고 2013년부터는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또 로스쿨이 설치되는 대학에는 학부 과정에서 법학과가 없어지므로 법조인이 목표인 중고교생들은 대학 진학 시 참고해야 한다. 로스쿨은 비법학 전공자는 물론, 다른 대학 졸업생에게도 문호가 열려 있다.▶11면에 LEET 논술영역 예시문항
○ 로스쿨에 가려면
2009년 3월 개교 예정인 로스쿨에는 전공, 나이와 상관없이 학사학위 취득(예정)자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법학적성시험(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에 반드시 응시해야 한다. 첫 LEET는 2008년 8월 치러진다. LEET는 로스쿨에서의 기본 수학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자질 및 적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다. LEET 성적은 대학 4년간의 성적과 외국어 능력, 사회활동, 봉사활동, 심층 면접 결과 등과 함께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전형자료로 활용된다.
○ 어떤 능력을 평가하나
법학적성시험이라고 해서 법학 지식을 묻지는 않는다. LEET는 근본적으로 법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법조인의 적성과 자질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법조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언어능력, 의사소통능력, 고차원적이고 종합적인 고등사고력을 측정하도록 출제된다. 또한 논리적 비판적 분석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등 종합 사고력을 측정한다.
LEET는 언어이해영역, 추리논증영역, 논술영역으로 나뉜다.
언어이해영역은 인문,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분야의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법조인 양성 교육에 필요한 언어이해능력, 의사소통능력 및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측정한다.
추리논증영역은 사실이나 견해, 또는 정책 등 의사 결정을 다루는 일상적 소재와 논리학·수학, 인문학, 사회과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인 소재를 활용해 추리(reasoning) 능력과 논증(argumentation) 능력을 측정한다.
언어이해, 추리논증영역 모두 대학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수험생이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문항이 구성된다. 주어진 자료에 제공된 정보와 종합적 사고력을 활용해 폭넓은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한 문제해결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논술영역은 예비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분석적·종합적 사고력과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측정한다. 특정 전공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아야 높은 점수를 받는 문제는 출제되지 않을 예정.
○ 어떻게 준비하나
특정 분야의 세부적이고 심층적인 지식을 공부하는 것보다는 인문, 사회, 과학·기술, 문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통해 독서 체험의 폭과 깊이를 기르는 것이 좋다. 따라서 중고교생 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과목을 넘나드는 통합적 사고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때에는 문단별 핵심어와 핵심 문장을 찾아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경우 학부에서 경제학, 정치학, 국제관계학, 심리학, 철학 등 사회과학이나 인문과학을 전공한 학생이 많다. 한국 로스쿨 교육과정에도 법학 뿐 아니라 경제학, 철학, 정치학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쿨 입시전문학원 PLS(Pre Law School) 안중권 원장은 “법학을 전공 또는 복수전공한 학생이 로스쿨 진학 후 수업을 따라가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추론, 비판, 창의, 이해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치외교학, 심리학, 국문학 등의 전공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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