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각종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06년 9월 경찰청이 발간한 ‘2005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2005년 한 해 동안 일어난 각종 범죄는 총 173만3122건이나 된다. 하루 평균 4748건의 범죄가 일어난 셈이다. 이 중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의 5대 범죄(강력범죄)는 총 48만7847건이었다. 하루 평균 1336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한 셈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서 범죄를 줄일 수 있을까.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가정하고, 범죄자들 역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본다. 즉, 범죄행동으로 얻게 될 ‘편익’과 ‘비용’을 따져 보고 편익이 비용보다 클 때 범죄행위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범죄를 줄일 수 있는 길은 ‘범죄의 편익을 줄이고 범죄의 비용은 높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범죄행동의 ‘편익’이란 범죄행위로부터 얻는 이득을 말하며 범죄행동의 ‘비용’은 체포 및 처벌될 가능성과 그에 대한 불안감, 형벌, 기회비용(범죄행동을 하지 않고 합법적 행동을 할 때 얻는 것) 등 범죄행위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를 말한다. 범죄의 편익은 범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므로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형벌을 강화하거나 범인 검거율을 높이는 등 범죄의 비용을 높여 범죄를 예방하고 감소시킬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범인 검거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여러 연구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범인 검거율이 하락하고 있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강력범죄(5대 범죄) 검거율은 2002년 84.2%에서 2005년에는 72.6%로 크게 떨어졌고 재산범죄(절도, 사기, 횡령, 배임 등) 검거율도 2002년 77.8%에서 2005년 64.9%로 크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범인 검거율을 높이려면 경찰 인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경찰 인력이 증가하면 범인 검거율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의 범인 검거율이 하락하는 것도 경찰 인력이 부족해서일 가능성이 크다.
이상의 논의는 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960년대 초부터 폭력범죄가 급증해서 1980년대 말경에는 1960년대에 비해 폭력범죄가 80%나 증가했다. 이처럼 범죄가 증가한 데는 진보적인 판사들의 관대한 판결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판사들이 관대한 판결을 내리게 되면서 유죄판결 비율이 감소했고, 유죄판결을 받은 죄수의 형벌도 가벼워졌다. 경찰관의 수도 많이 감소했고, 범인 검거율은 그만큼 떨어졌다. 이러한 범죄 비용의 감소가 범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가 되자 미국의 범죄율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경찰관을 늘려 범인 검거율을 높이고, 유죄 선고율을 높이며, 형량을 증가시키는 등 범죄의 비용을 증가시킨 결과다. 이 시기에 범죄가 가장 많이 감소한 곳이 뉴욕 시다. 뉴욕은 ‘범죄율이 가장 높은 도시’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바뀌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발표한 ‘2005년 예비 범죄통계조사’에 따르면 범죄율이 가장 낮은 도시가 뉴욕이다.
이처럼 뉴욕 시의 치안 상황이 개선된 데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의 공헌이 컸다. 1994년 취임한 그는 뉴욕의 절망적인 치안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경찰관을 대폭 증원했다. 1991∼2001년에 뉴욕 시의 경찰은 45%나 늘어났다. 이는 미국 전체 평균의 3배가 넘는 수치다. 그는 또 범죄퇴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그것은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의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란 작은 범죄를 관용하면 더 큰 범죄로 발전한다는 범죄이론이다. 비유하자면, 누군가 유리창을 깨뜨렸는데 집주인이 바로 수리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사람들은 나머지 유리창을 다 깨뜨리거나 심할 경우 집에 불을 질러도 된다는 신호로 여긴다는 것이다.
줄리아니 시장이 임명한 경찰청장 브래튼은 곧바로 ‘깨진 유리창을 때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즉, 이전까지 눈감아 주곤 했던 사소한 범죄를 모두 단속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무임승차, 노상방뇨, 노상음주, 구걸 등을 하는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였다. 그 결과, 뉴욕 시의 범죄율은 다른 어떤 도시보다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줄리아니 시장의 첫 임기 중에 뉴욕 시의 전체 범죄 건수가 40%나 감소했고, 살인 사건은 48%나 감소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