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LEET의 A to Z]논술 영역 문제 이렇게 풀어요

  • 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3분


《내년부터 문을 여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하려면 법학적성시험(LEET)을 치러야 한다. LEET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8월에 실시되는 첫 LEET를 앞두고 지난해 말 예시문항 일부를 발표했다. LEET는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이번 호부터 이 가운데 우선 논술 영역 예시문항에 대한 해설을 시작으로 LEET 문제 유형과 해설을 연재한다.》

정의로운 사회의 기초는?… ‘가치의 배분’ 개념으로 설명하라

■ 문제 1 / 요약 종합형

1.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중심 생각을 각각 밝히고 비교하라.(200 ∼ 400자)

(가) ① 리(理)가 있은 다음에 기(氣)가 있다. 기가 있은 다음에 양(陽)의 가볍고 맑은 것이 올라가 하늘이 되고 음(陰)의 무겁고 탁한 것이 내려가 땅이 되며, 사계절이 순환하고 이에 만물이 생성된다. 사람은 그 사이에서 천지의 리를 온전히 얻고 또 천지의 기를 온전히 얻으니 만물 중 가장 귀하다. 천지의 리가 사람에게 있어 성(性)이 되고 천지의 기가 사람에게 있어 형상[形]이 되며, 마음[心]은 또 리와 기를 겸하여 얻어 한 몸의 주재자가 된다. 맹자는 젖먹이가 우물로 기어가는 것을 언뜻 보면 모두 놀라고 측은해한다고 하였다. 또 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인(仁)의 단서라고 하였다. 이는 측은해하는 정(情)이 내 마음에 본래부터 있다는 것을 말한다. 사람은 천지가 만물을 만들고 기르는 마음을 얻어 태어나니 이른바 인(仁)이라는 것이다. 이 리(理)가 내 마음에 갖추어져 있기에 어린 아이가 우물로 기어가면 측은지심이 저절로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마음을 확충하면 인(仁)은 이루 다 쓸 수 없어 세상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② 어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도(道)를 알고, 어떤 사람은 배워서 알고, 어떤 사람은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알게 된다. 그러나 도를 알게 된다는 점에서는 모두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편안하게 도를 행하고, 어떤 사람은 이롭게 여겨 행하며, 어떤 사람은 억지로 애써 행하지만, 도에 이른다는 점에서는 매 한가지이다. 참은 하늘의 도이고, 참되고자 함은 사람의 도이다. 참되고자 함은 선(善)을 택하여 굳게 잡고 있는 것이다. 곧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신중히 생각하고, 명료하게 판단하고, 독실하게 실천하는 것이다.

(나) 양식(良識)은 세상에서 가장 공평하게 분배되어 있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양식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일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양식을 지금보다 더 가지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 점과 관련해서 사람들이 다 잘못 생각한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이것은 잘 판단하고, 참된 것을 거짓된 것으로부터 가려내는 능력, 즉 바로 양식 혹은 이성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게 부여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우리들의 의견이 서로 나뉘어 다른 것은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이성을 더 많이 지니고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또 관심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다. 좋은 정신을 지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고,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위대한 정신을 지닌 사람은 가장 큰 덕행을 할 수도 있고, 가장 큰 악행을 할 수도 있다. 아주 느리게 걷는 사람도 언제나 곧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뛰어가되 곧은 길에서 벗어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전진할 수 있다.

나는 내 정신이 다른 보통 사람보다 더 완전하다고 주제넘게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나는 몇몇 다른 사람만큼 생각이 재빠르고, 상상이 빈틈없이 선명하며, 기억은 풍부하고 생생하기를 가끔 간절히 바랐다. 나는 이 여러 성질 외에는 정신의 완전성을 이루는 성질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이성, 즉 양식만이 우리를 인간되게 하는 것으로서 우리를 짐승들로부터 구별케 하므로 나는 사람마다 그것이 온전히 갖추어져 있다고 믿고 싶으며, 또 이 점에서는 철학자들의 일반적인 의견을 따르고 있다. 이들은 말하기를 동일한 종의 개체들에 있어서 우연적인 속성들 사이에는 많고 적은 차이가 있지만, 형상들, 즉 본성 사이에는 그런 차이가 전혀 없다고 한다.

출처: (가) ①정도전, 삼봉집 권10 「心氣理篇」. ②中庸 제20장.

(나) 데카르트(최명관 역), 방법서설, 서광사, 1983.

[채점 기준]

(1) 제시문 (가)와 (나)의 중심 생각을 정확히 이해했는가?

(2) 제시문 (가)와 (나)의 비교와 관련하여

① 핵심 개념의 공통점을 확인했는가?

② 상이한 주안점을 파악했는가?

[답안 요령]

(가)의 중심 생각은 인간에게는 참되고자 하는 마음이 본래부터 있다는 것이고, (나)의 중심 생각은 인간의 본성에는 양식 혹은 이성이 평등하게 부여된다는 것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간은 본래 선한 바탕을 타고 났다는 거죠. 다만 (가)에서는 우리 마음 안에 도(道)가 나아갈 지향점의 존재를, (나)에서는 참과 거짓을 가려낼 줄 이성의 존재를 강조합니다. 다시 말해, (가)는 인생의 방향이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이고, (나)는 사고의 틀이 우리 안에 있다는 말이죠. 즉, (가)에서는 목적을 (나)에서는 수단을 중시한 것입니다. 또 이렇게도 표현해 볼 수 있어요. (나)에서 말하는 이성이 인간에게 있기에 (가)에서 말하는 도(道)를 알게 된다고요. 이 부분을 짚어야 비교가 잘됩니다.

■ 문제 2 / 논증 평가형

2. 글 (다)의 관점에서 글 (라)의 ‘살비아티’의 주장을 평가하라.(300 ∼ 500자)

(다) 마흐(Mach)는 자연과학적인 이론들도 근본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형성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현상들을 통일성 있게 질서화하고, 또 몇몇 작은 개념들의 도움으로 내용이 굉장히 풍부한 현상의 다발을 이해할 수 있게 될 때까지 그 현상을 어떤 방식으로든 간단하게 해명하려고 시도합니다. 이 때 이해라는 것은 이처럼 단순한 개념을 가지고 다양성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아주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여기서 이 사유(思惟)의 경제성 원리가 근본적으로 무엇에 관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해야 할 것입니다. 즉 심리적인 경제성에 관한 것인지, 논리적인 경제성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현상의 주관적인 측면에 관한 것인지, 현상의 객관적인 측면에 관한 것인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가 가진 ‘공’의 관념이 ‘공’이란 개념을 통해 복잡한 감각 인상들로부터 종합되어 심리적으로 단순화된 것인지, 아니면 공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물어야 할 것입니다.

(라) 살비아티: 운동은 움직이는 대상들 사이에서는 무의미하다. 왜냐하면 이 대상들 사이에는 어떤 변화도 없기 때문이다. 운동은 움직이는 대상과 그런 움직임을 갖지 않는 다른 대상 사이의 관계에서만 발생한다. 또한, 우리는 우주를 두 부분으로 나누었다. 두 부분 중 한 부분은 운동을 하고 다른 한 부분은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구만을 운동하게 하는 것은 우주의 나머지를 운동하게 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이 운동은 천체들과 지구 사이의 관계에서만 발생하고, 이 관계만이 운동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우주의 나머지 전부가 정지한 상태에서 지구만 운동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지구만 정지한 상태에서 우주의 나머지 전부를 같은 속도로 운동하게 할 수도 있다고 해 보자. 두 가지는 완전히 같은 결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무수히 많은 거대 물체들이 스스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곧 자연의 선택이라고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단 하나의 물체가 스스로를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 운동하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같은 결과를 실현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자연은 적은 것을 가지고 실현할 수 있을 때에는 많은 것을 가지고 그리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심플리키오: 태양, 달, 다른 행성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별자리들의 운동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태양은 자오선의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 움직이고 지평선 위로 떠오르거나 그 아래로 가라앉아 차례로 낮과 밤을 일으킨다. 이러한 것이 그 어떤 점에서도 태양의 운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또 이와 유사한 변화를 보여 주는 달, 다른 행성들과 별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겠는가?

살비아티: 당신이 말한 그 모든 운동들은 지구와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 이 말이 참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구를 제거했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면 이 세상에는 태양이나 달이 뜨고 지는 현상, 지평선이나 자오선, 낮과 밤 등이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또한 당신이 말한 그 모든 운동들은 달과 태양 또는 다른 별들 사이에 (그 별들이 움직이든 고정되었든) 어떤 변화도 산출하지 않을 것이다. 즉, 이 모든 변화가 지구와 관계된다고 말하는 것은, 태양이 처음에는 중국에, 다음에는 페르시아에, 나중에는 이집트, 그리스, 프랑스, 스페인, 아메리카 등에 나타나는 것을 의미하고, 달을 비롯한 다른 천체들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 주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우주의 많은 부분들을 그대로 둔 채 지구가 스스로 회전하게 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정확히 그대로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거대한 운동이 천공(天空)에서 비롯된다면 어쩔 수 없이 그 운동을 모든 행성들의 개별적인 운동과 반대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즉 본래 각 행성들은 매우 느리게 서쪽에서 동쪽으로 운동하지만, 천공이 움직인다고 가정한다면 행성들은 일주운동(日周運動)을 위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급속히 움직여야 한다. 반면, 지구 자체가 회전하게 되면, 그렇게 반대로 진행하는 운동은 제거되고,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운동만으로 모든 현상을 수용하고 그 모든 변화들을 완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다) 하이젠베르크(김용준 역), 부분과 전체, 지식산업사, 1991.

(라) Galileo(1632), Dialogue on the Two Chief World Systems,Ptolemaic and Copernican, Translated and Edited as Galileo on the World Systems by Maurice A. Finocchiaro. 1997, The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채점 기준]

(1) 제시문 (다)에서 ‘사유의 경제성 원리’의 문제점을 파악했는가?

(2) 제시문 (라)에서 살비아티의 주장과 근거를 파악했는가?

(3) 살비아티의 논증을 ‘사유의 경제성 원리’를 통해 해석했는가?

(4) ‘사유의 경제성 원리’의 문제점을 근거로 살비아티의 논증을 적절히 평가했는가?

[답안 요령]

(다)에서 필자는 ‘사유의 경제성 원리’가 지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죠. 단순한 개념을 가지고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사고방식은 논의의 출발점이 무엇이었느냐에 따라 해석이 전혀 달라질 수 있기에 문제점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즉, 단일한 논리 하나로 풍부한 현상의 다발을 모두 설명해낼 수는 없다는 것이죠.

(라)에서 살비아티는, 운동은 움직이는 대상과 그런 움직임을 갖지 않는 다른 대상과의 관계에서만 발생한다는 개념으로 지구와 우주의 모든 운동관계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운동하고 있는 대상의 어느 한쪽만을 기준삼아 다른 한쪽을 설명할 때만 가능한 것입니다. 관점을 보다 넓게 가져서 두 대상을 동등하게 본다면 움직이는 대상들 사이에서도 운동이 발생합니다. 운동 자체는 객관적인 설명이 가능한 영역인데 이를 주체의 관점에 한정해서, 주체에게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기에 본래 운동 의미에서 멀어진 것이죠. 이 점을 드러내 줘야 살비아티에 대한 평가가 (다)의 관점에서 이뤄집니다.

■ 문제 3 / 논증 분석·추론형

3. 제시문 (마)에서 제기한 문제에 대하여 제시문 (바)로부터 어떤 주장을 추론할 수 있다. 이 주장을 논증의 형태로 구성하라.(500 ∼ 700자)

(마) 정의로운 사회를 구상할 때에는 보상의 원칙도 고려하여야 한다. 이것은 부당한 불평등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원칙이다. 예를 들면, 출생이나 천부적 재능의 불평등은 부당하며, 이러한 불평등은 어떤 식으로든 보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원칙은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우하기 위하여, 즉 진정한 기회 균등을 제공하기 위하여 사회가 더 적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사람과 더 불리한 사회적 지위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마땅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한다. 평등 이념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우연적 여건에 따른 불평등을 보상해 주자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따르면 적어도 어느 기간 동안은, 가령 초등교육 기간에는, 지능이 높은 사람보다는 낮은 사람의 교육에 더 많은 재원이 배당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상의 바탕은 천부적 재능을 공동의 자산으로 보고, 자연이 배분한 천부적 재능으로 얻는 이익을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누리자는 데 있다. 천부적으로 유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향상시켜 준다는 조건에서만 자신들에게 배분된 행운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부적으로 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그들이 재능을 더 많이 타고 났다는 바로 그 이유만으로는 이득을 볼 수 없으며, 불운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도록 자신의 자질을 활용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천부적 재능을 자연이 배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인가? 개인이 특정한 사회적 지위에서 태어나게 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인가? 이는 단지 자연적인 사실에 불과하다. 정의로운 것 또는 정의롭지 못한 것은 사회 제도가 이러한 자연적 사실을 다루는 방식이다. 귀족 사회나 계급 사회가 정의롭지 못한 것은 이와 같은 자연적 우연성을 특권의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다른 사람보다 훌륭한 천부적 자질을 가진 개인이 그 자연적 자산에 대하여 그리고 그러한 자산을 계발할 수 있게 한 탁월한 성품에 대하여, 마땅히 그것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점에서 더 훌륭한 가치를 지닌 사람이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자산으로 성취할 수 있을 더 큰 이득을 누릴 만한 정당한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견해는 분명 잘못되었다. 사회에서 차지하는 최초의 출발점이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몫이라고 누구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누구도 자연적 자질의 배분 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자신이 몫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사람은 근면하기 때문에 노력하여 자신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노력을 가능하게 해 주는 탁월한 성품에 대하여 그것이 자신의 정당한 몫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견해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그의 탁월한 성품은 대체로 운 좋은 가정 배경이나 사회 상황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그는 자신의 몫을 주장할 수가 없다.

(바) 모든 사회적 재화 또는 가치들은 각기 고유한 배분 영역을 구성하며, 각 영역별로 적절한 배분 기준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돈은 시장의 영역에서는 적절한 기준이지만, 성직의 영역에서는 부적절한 기준이다. 모든 배분 영역에 통용되는 단일한 배분 기준은 없다. 우리는 기껏해야 배분 영역들의 상대적 자율성을 찾을 수 있을 뿐이다.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균등하게 배분하기만 하면 정의가 달성된다는 생각을 나는 ‘단순 평등론’이라 부르겠다. 또한 하나의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여타의 가치들의 배분을 위한 기준으로 일반화되는 경우를 나는 ‘지배’라고 부르고자 한다. 즉 어떤 한 재화나 가치를 소유한 개인이나 집단들이 오로지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타의 가치들이나 재화들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지배이다. 지배적 가치는 그 가치를 소유함으로써 다른 모든 가치들을 소유하게 되는 그런 가치를 의미한다. 지배적 가치를 단 한 사람 또는 일군의 사람들이 독점하게 되면, 모든 가치들은 그들에게 장악된다. 하나를 갖게 되면 나머지 것도 연쇄적으로 갖게 되는 것이다. 가령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본이 지배적인 가치이며 자본의 소유는 쉽게 특권과 권력으로 전환된다.

각각의 사회적 가치나 재화는 나름대로의 자율적인 배분 기준을 가지므로 한 가치를 배분하는 기준이 다른 가치들의 배분을 지배하는 것은 부정의하다. 평등은 똑같은 양의 재산을 소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배분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양한 배분 기준은 해당 재화(가치)에 대하여 사람들이 부여하는 사회적 의미에 따라서 정해지므로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수성의 산물이다. 이와 같은 ‘다원적 평등’의 체제는 지배와는 정반대가 된다. 다원적 평등의 예는 다음과 같다. 공직의 배분 영역에서는 시민 X가 시민 Y보다 우선하여 선택될 수 있으며 이때 두 사람은 정치권력의 영역에서는 불평등하다. 그러나 공직이라는 가치를 보유한다는 이유로 그 외 모든 영역에서 X에게 우선적인 의료 혜택, 자녀 취학의 우선권, 취업 기회의 우선적 제공 등과 같은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 한, 이 두 사람이 일반적으로 불평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공직이 지배적 가치가 아닌 한, 또한 일반적으로 다른 가치로 전환되지 않은 한, 공직 소유자는 그들이 통치하는 사람들과 평등한 관계에 있을 것이다. 어떤 사회적 가치도 결코 앞에서 말한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 사회, 혹은 그렇게 이용될 수도 없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이다.

출처: (마) John Rawls, A Theory of Justice, 1971.

(바) Michael Walzer, Spheres of Justice―A Defense of Pluralism and Equality, 1983.

[채점 기준]

(1) 제시문 (마)에서 제기하는 문제를 정확하게 찾았는가?

(2) 제시문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였는가?

① 재능의 불평등 문제와 관련하여 제시문 (마)와 대조되는 제시문 (바)의 관점을 파악하고 핵심개념을 찾았는가?

② 명시적인 결론(주장)을 파악하고 전제와 논거를 정확하게 찾았는가?

(3) 재능의 불평등 문제에 대하여 제시문 (바)에서 추론할 수 있는 주장을 논증 형태로 구성하였는가?

① 추론 과정에서 제시문 (바)의 전제와 결론을 적절하게 활용하였는가?

② 제시문 (바)에서 추출한 핵심명제를 재능의 불평등 문제에 적용하면 도달하게 될 결론이 명확한가?

[답안 요령]

(마)에서 제기한 문제는, 재능이나 성품처럼 타고나는 자질 때문에 더 많은 사회적 이익을 얻는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마)의 필자는 천부적 재능을 공동의 자산으로 보고 사회에 환원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 이유는, 천부적 재능은 자연적 우연성인데 이를 특권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바)에서 필자는 ‘단순 평등론’의 몰가치성을 지적하고, ‘지배’의 폐단을 문제 제기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주장하죠. 즉,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다원적 평등 체제’인 것입니다. 이러한 (바)의 주장은 (마)에서 제기한 문제를 재고하게 만듭니다. 과연 어떤 재능이 다른 어떤 재능보다 우월하다는 것인지, 그 가치를 정한다는 것 자체가 ‘지배’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런 재능이 모두가 원하는 가치인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 이 내용을 논증의 형태로 구성해 보죠.

전제1 -->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다양한 배분 기준이 필요하다.

전제2 --> 천부적 재능은 유용한 사회 가치 중의 하나 뿐이다.

결론 --> 그러므로 천부적 재능으로 얻은 이익에 대배분도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제 이렇게 구성된 논증 형태를 골격으로 논설문을 작성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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