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 상촌면 흥덕리 마을 입구에 최근 높이 5m의 장승 한 쌍이 세워졌다. 이 장승에는 흔히 쓰이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대신, 백두대간을 지나가는 생명의 고장이라는 의미를 담은 ‘태고의 신비’와 ‘생명의 쉼터’라는 글귀가 각각 새겨졌다.
흥덕리 주민들은 이 장승을 그동안 자신들을 돌봐 준 ‘수호목(木)’의 부활이라고 여긴다.
높이 50m, 밑동둘레 6m이던 이 전나무(수령 450년 추정)는 지난해 3월 5일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쓰러졌다.
흥덕리 주민들은 그동안 이 나무가 마을을 지켜 준다고 믿고 정월 대보름이나 추수 뒤 제사를 지내 왔다.
강원식(62) 이장은 “나무가 쓰러질 당시 인근에 있던 집 두 채와 창고를 덮쳤지만 지붕과 건물 일부가 조금 망가졌을 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것도 이 나무가 영험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주민들은 쓰러진 나무에 영혼을 달래는 술잔을 올리고 면사무소에 기증해 장승을 만들기로 했다. 일부에서 거액을 준다며 팔라고 했지만 거절했다. 8개월 뒤 이 나무는 영동의 목공예가인 김종협 씨의 손을 통해 장승으로 거듭났다.
백랑기(57) 상촌면장은 “마을의 수호목을 계속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주민들의 마음을 담아 장승을 세웠는데 앞으로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면사무소와 주민들은 9일 오후 1시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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