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카드게임 즐기듯 수학풀이에 도전했죠”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 과학영재교육원 합격 정종욱 군의 공부법

“제가 영재라고요? 글쎄요. 저는 그냥 수학 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것뿐인데….”

지난해 12월 27일 발표된 서울교대 부설 과학영재교육원 수학 부문에 최종 합격한 정종욱(서울 월촌초교 4년) 군은 ‘영재’라는 호칭을 쑥스러워했다.

이곳은 한국과학재단의 지정을 받은 초등학생 대상의 과학영재교육센터다. 매년 초등학교 3~5학년생을 대상으로 과학 수학 정보 등 3개 부문에서 120여 명의 영재를 선발해 교육하고 있다.

○ 아이의 재능을 읽어라

과학영재교육원의 초등 수학 부문은 경쟁률이 20 대 1이 넘었다. 정 군은 1차 서류심사, 2차 필기시험(객관식 20문항), 3차 필기시험(단답형 7문항, 서술형 4문항)으로 이어지는 까다로운 전형과정을 통과해 최종 합격자(60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어머니 김정미(37) 씨는 “어렸을 때부터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시계를 보고 시간을 계산하거나 암산하는 속도가 빨랐다”면서 “아이가 가진 수학적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 군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수학에 더욱 몰두했다.

문제집를 사주기가 무섭게 2, 3일이면 모두 풀어버리고 새 문제집을 사달라고 졸랐다. 어머니는 문제집 뿐 아니라 피타고라스나 유클리드 등 위대한 수학자나 수학적 발견에 얽힌 흥미로운 주제의 책을 골라 이야기를 나누며 균형 잡힌 수학 공부를 유도했다.

정 군은 문제집 수준이 높아지면서 새로 등장하는 개념이나 공식은 참고서에 나와 있는 설명을 읽고 스스로 익혀나갔다.

또 정 군의 아버지는 퇴근 뒤 아이가 혼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함께 정리하는 등 ‘수학 교사’를 자청했다. 이 과정을 반복한 결과 정 군은 초등 2학년 때 6년의 초등 수학 과정을 모두 마쳤고, 지금은 중 3 수준의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도형이나 기하학에 관한 증명 문제가 가장 재미있습니다. 조합 부분은 방정식이나 대수처럼 쉽게 답을 찾기는 힘들지만 풀이법을 고민하다 보면 ‘이 문제는 꼭 풀어야지’ 하는 고집이 생겨서 문제를 놓을 수가 없습니다.”(정 군)

○ 두뇌게임을 즐겨라

부모들은 아이가 수학에 재능이 있지만 한 분야에만 몰두하는 것을 우려해 다양한 취미활동을 권유해왔다. 실제 정 군은 취미가 된 수학문제를 푸는 것 외에 축구와 농구 등 구기활동도 즐겼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아빠와 함께 하는 체스와 카드게임이다.

어머니 김 씨는 “아이와 부모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할 수 있는 게임이 두뇌 개발과 정서 발달에 효과적”이라며 “종욱이는 가족놀이에 익숙해져 다른 또래 친구들과 달리 컴퓨터 게임을 즐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군은 “체스는 가끔씩 아빠를 이기지만 카드놀이에서는 질 때가 더 많다”며 “카드에서 이기려고 확률을 따져볼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 해 전 영재교육원 시험에서는 아쉽게 최종 합격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1년 가까이 공을 들여 준비했기에 실망이 컸지만 다시 도전한 끝에 합격의 기쁨을 맛봤다. 시험을 한 달 반 정도 앞두고는 주말을 이용해 학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문제풀이로 총정리를 했다.

각종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하면서 쌓은 경험도 영재교육원 시험 준비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심화된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풀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시험시간을 배분해 활용하는 경험도 키울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는 것.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참가한 경시대회에서는 시간 배분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시험이 끝날 때까지 손도 대 보지 못한 문제가 6, 7개씩 됐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각종 경시대회에서 대상만 두 번, 금상도 한 번 수상하면서 자신감이 부쩍 커졌다.

각종 수학 경시대회의 초등부 수상을 휩쓴 자신감 덕분에 정 군은 올해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종 목표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 진출하는 것이다.

수학 실력이 이 정도면 수학자가 되기를 꿈꿀 법도 하지만 정 군의 꿈은 의외로 의사가 되는 것이란다.

“어려운 수학 문제처럼 남들이 고치기 힘들어하는 암이나 에이즈 같은 병들을 고쳐내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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