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실버바우처 전주-부산지역 모범사례

  • 입력 2008년 1월 8일 02시 52분


거동 불편한 내겐 손발이 되어주고

손자들에겐 예절교육 “용돈도 벌고”

■ 전주 ‘노인돌보미 바우처’

매주 이틀 3시간씩 돌보미 찾아와 가사지원

月 본인부담 3만6000원… 96명에게 서비스

#사례1

김경분(46·전북 전주시 완산구 평화동) 씨는 3일 오전 8시에 집을 나섰다. 김 씨는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 우리노인복지센터 소속의 노인돌보미로 일하고 있다. 이 센터는 지난해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노인돌보미 바우처사업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위탁을 받아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씨가 처음 향한 곳은 자전거로 10분 거리에 있는 평화동 주공아파트의 김난귀(78) 할아버지 집. 뇌중풍에 걸려 거동이 불편한 김 할아버지는 12평 임대아파트에서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인 손자 손녀와 살고 있다. 김 씨는 매주 화요일 목요일에 이 집에 가서 청소와 빨래를 하고 할아버지 목욕을 시켜 드리며 반찬도 만들어 놓는다. 할아버지를 모시고 전북대병원에 진료를 받으려 가는 일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김 씨는 오후에는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김소엽(82) 할머니 집으로 간다. 밥과 반찬을 만들고 세탁을 하고 집안 청소를 하다 보면 주어진 3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린다. 마지막으로 김 씨는 평화동 한귀연(70) 할머니 집으로 서둘러 자전거를 몰고 간다.

김 씨가 이렇게 돌보고 있는 노인은 모두 6명. 노인 1명을 매주 2회 6시간씩 돌봐 준다.

노인돌보미 바우처사업은 혼자 힘으로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가사지원,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노인 본인과 가족의 사회경제적 활동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중에서 소득, 재산, 건강, 가정 여건 등을 고려해 서비스를 받을 노인을 결정해 서비스 이용권(바우처)을 지급한다. 바우처는 1인당 월 27시간 한도 내에서 이용할 수 있다. 바우처의 정부 보조금은 월 20만2500원이며 본인 부담금은 3만6000원(수급자와 차상위자는 1만6000원)이다. 따라서 매월 23만8500원에 27시간의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다.

우리노인복지센터에는 현재 17명의 돌보미가 96명의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돌보미는 대개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근무하며 1인당 5, 6명의 노인을 맡아 월 70만∼80만 원의 급료를 받고 있다.

이 사업의 특징은 일반 노인도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 정부에서 제공되는 종전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대부분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게만 제공됐으나 이 제도는 이용 대상자를 확대해 자녀 부부가 맞벌이로 집을 비워 낮 동안 혼자 있어야 하는 노인의 어려움이 해결했다.

김 씨는 “병원 동행과 같은 비교적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을 하다 보면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아 일을 끝맺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면서 “돌보미 시간이 좀 더 현실에 맞게 조정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센터 사회복지사 유미성(25) 씨는 “시범사업을 해 보니 가족이 있어서 기존 가정봉사원 파견 사업 대상자에는 제외되는 노인들 중에서도 돌보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 제도가 빨리 전국으로 확대돼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노인의 삶의 질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부산 ‘체험학습장 바우처’

3만평에 어린이대상 예절-공예-수확-놀이 체험관

노인강사 60명… 하루 5시간 근무 月 36만원 받아

#사례2

부산금정시니어클럽이 지난해 9월부터 시범적으로 하고 있는 바우처사업인 ‘올드 앤드 뉴’ 서비스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이 자연 속에서 함께 어울리는 1·3세대 통합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사업은 부산 기장군 정관면 두명리에 놀고 있는 농지 3만3000㎡(1만 평)와 산 6만6000㎡(2만 평) 등 9만9000㎡(3만 평)를 월 120만 원에 임차해 꽃과 감자 고구마 오이 고추 딸기 등 농작물을 심어 아이들이 직접 수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예체험관, 놀이체험관, 예절교육체험관 등도 설치했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 혁신서비스 바우처사업으로 선정됐다. 따라서 이용료는 1인당 1만 원씩이지만 8000원은 정부에서 지원되고 개인 부담금은 2000원이다.

금정시니어클럽 측은 노인들에게 생계에 도움이 될 정도의 보수를 주면서 의미 있는 일자리 만들기를 고민하다 이 체험학습장을 생각해 냈다. 노인들에게는 일자리와 함께 손자손녀 세대와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자연 속에서 노인들에게서 자연과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 체험학습장에는 지금까지 1만1000여 명이 다녀갔다. 클럽 측은 65세 이상의 남녀 노인 강사 60명을 채용했다. 이들은 하루 5시간 근무하고 월 36만 원씩 지급받는다. 노인 강사는 퇴직 교사와 공무원이 많다.

강사들은 이미 숲 해설가, 문화 해설가로 활동해 온 사람이 많아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것이 시니어클럽 측의 설명이다. 바우처 이용 방법은 유치원, 어린이집의 원장, 교사, 학부모 등이 가까운 주민센터에 바우처를 신청하면 주민센터 측이 이용자 확인을 한 뒤 발급해 준다.

이 클럽의 강규성 관장은 “부산의 경우 유치원생이 4만여 명, 어린이집 원생이 8만여 명, 초등학생이 25만여 명이나 된다”면서 “바우처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 관장은 “이 사업은 이익사업이 아니라 수익금을 전액 노인 급여로 사용하는 공익사업이기 때문에 부산시와 시교육청에서 공문을 통해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관장에 따르면 부산시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에서도 현장 방문을 통해 이 사업을 벤치마킹해 갔다는 것이다.

부산 마야어린이집 원장 옥유희(35) 씨는 “지난해 10월 구청의 공문을 보고 아이들에게 유익할 것 같아 110명의 원생과 8명의 교사가 자연학습 체험장을 찾았다”며 “고구마 캐기, 전통놀이, 치자물들이기 등 프로그램을 이용했는데 학습 내용이 비교적 다양했고 자연환경이 좋았다”고 평했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정부가 일정계층에 지급하는 ‘서비스 이용 권리’▼

‘바우처(voucher)’는 정부가 일정한 계층에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지급하는 일종의 지불 보증서다. 정부가 현금을 지급하지 않고 바우처를 지급하는 이유는 원래 사용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06년 4월 산모신생아도우미 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노인돌보미 사업(5월), 중증장애인활동보조사업(5월), 지역사회서비스혁신사업(9월) 등 4대 바우처 사업을 펼치고 있다.

노동부의 교육훈련카드, 문화관광부의 문화바우처 등 바우처는 인쇄된 전표를 발급하거나 출석체크를 한 뒤 서비스 공급자에게 후불로 지급하는 형태였다.

반면 이들 사업은 전자바우처로 수요자에게 금융카드를 발급하여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바우처를 미리 입력시켜 준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말 현재 노인돌보미사업은 321억 원의 바우처가 발급돼 2만1000여 명이 이용했으며 중증장애인사업은 295억 원이 지급돼 1만4000여 명이 서비스를 구입했다.

지역사회서비스사업은 771억 원이 지급돼 32만6000여 명이 1660개 기관으로부터 서비스를 구입했고 산모신생아사업은 151억여 원이 지급돼 3만6000여 명이 서비스를 받았다.

정동우 사회복지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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