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교전 전사자 국가차원 추모 소식에 유가족 반색
“뒤늦게라도 국가에서 우리 아들들을 생각해 준다니 고맙다.”
서해교전 전사자들에 대한 기념식을 국가 차원으로 격상한다는 소식에 서해교전 유가족들은 7일 크게 반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심경을 토로했다.
“서해교전 전사자 기념식이 국가 차원으로 치러진다”는 말을 듣자마자 고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 윤두호(66) 씨는 대뜸 “정말이냐?”고 되물었다.
곧이어 윤 씨는 그동안의 슬픔이 북받쳐 오르는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매년 가족들끼리 모여 행사를 치렀던 것을 생각하면 실감이 안 난다”고 말했다.
고 서후원 중사의 아버지 서영석(55) 씨도 그동안의 한 맺힌 심경을 털어놓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
서 씨는 “지금까지 대접 못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에서 갑자기 정부가 앞장서서 추모식을 치러 준다고 하니 눈물밖에 안 나온다”며 “유가족들의 마음고생을 정부가 이제야 알아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5년 동안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준 국민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고 황도현 중사의 아버지 황은태(61) 씨는 “정부에서 해 준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정부가 아닌 국민이 도와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아이들을 잊지 않고 계속 신경 써준 국민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그동안 정부에 대해 쌓인 아쉬움도 함께 쏟아냈다.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 이경진(52) 씨는 “이제 국가가 정신을 차렸나 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가슴에 못이 박힌 채 살아왔다”는 이 씨는 “나라를 위해 아들을 잃은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와 위로 한번 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결국 아무런 한마디도 듣지 못한 채 5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고 박 병장의 아버지 박남준(52) 씨는 “제발 앞으로는 정부 지도자들이 툭툭 내뱉는 말로 (유가족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추모식은 둘째치고라도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이는 말을 다시는 듣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 박 병장의 부모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부부가 나란히 정신과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고 있다. 박 씨는 “병원에 가도 ‘화병’은 제대로 치료도 못 한다더라”며 “생각 없는 언행에 유가족들의 상처는 더더욱 깊어만 간다”고 하소연했다.
고 한상국 중사의 아버지 한진복(63) 씨는 “지금까지 유가족들이 겪은 고생은 말로 표현하면 끝이 없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우리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기념식장에 직접 참석해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영석 씨는 “청와대 가서 하소연하면 국회로 가라 하고, 국회에서 하소연하면 다른 부서로 가라하고…. 마치 짐 떠넘기는 식으로 우리를 대했었다”며 “제대로 된 추모식이 열리면 우리 아이들이 비로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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