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레탄-LP가스통 등 안 치운채 작업
“27명 숨진 1998년 부산 화재와 유사”
경기 이천시 냉동 창고 화재 원인에 대해 소방재난본부 김병찬 화재조사관은 “용접작업 중 생긴 불꽃이 우레탄 발포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에 닿으면서 순간적으로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유증기는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을 때 생기는 아지랑이 같은 기체로 우레탄 작업 중에도 발생한다.
우레탄은 단열 효과가 뛰어나 냉동 창고에서는 액상으로 된 우레탄을 창고 벽 사이의 빈 공간에 주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레탄은 최고 80도까지 온도가 상승한다. 온도가 높아진 우레탄은 휘발 성분을 공기 중으로 내보내게 되며 이 과정에서 공기와 만나 유증기가 발생하게 된다. 휘발성이 강한 유증기는 조그만 불꽃에도 쉽게 폭발한다.
이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우레탄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냉각장치의 가동이나 환기 작업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화재 발생 전 참사 현장에는 우레탄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유증기가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고 지하 1층에 가득 차 있었다.
또 이천시 냉동 창고 작업에 사용된 우레탄이 불량품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레탄에는 난연재를 넣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불에 잘 타지 않는다”며 “그러나 난연재를 함유하지 않은 제품을 사용했을 경우 화재가 나면 불에 잘 타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레탄을 담은 드럼통, 작업용 LP가스통 등 인화물질이 사고 현장에 널려 있었던 점도 화재를 키웠다.
소방당국은 “조사 결과 지하 1층에는 200L짜리 우레탄폼 연료 15통이 남아 있었다”며 “또 프레온가스, LP가스통 등의 공사 자재들도 널려 있어 계속된 폭발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화재는 1998년 27명이 숨진 부산 서구 암남동 범창콜드프라자 화재 사건과 똑같다.
부산 냉동 창고 화재 당시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은 “이천 화재 희생자들이 냉동 창고 작업에서 발생하는 유증기에 대한 위험성을 몰랐기 때문에 용접작업을 함께 했을 것”이라며 “이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천=신광영 기자 neo@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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