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태안 오염 방제지도 제작 제2의 사고때 참고서로”

  • 입력 2008년 1월 8일 07시 10분


“가로림만이나 천수만이 기름띠의 위협을 받을 때는 정말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어요.”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7일로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하루 2차례씩 헬기로 오염해역을 순찰하며 방제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이를 언론에 브리핑해 온 윤혁수(55·치안감·사진) 해양경찰청 경비구난국장은 “매일 매일이 가슴 졸이는 날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놨다.

―원유의 추가 유출을 막지 못한 데 대한 지적이 많다.

“유조선의 파손 부분을 막거나 바지선으로 원유를 받아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얘기가 많은 줄 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원유는 폭발성이 강해 유조선 선원은 나일론 옷을 입지 않을 정도다. 바지선 바닥에 원유가 떨어지는 순간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폭발했을 것이다.”

―가장 가슴 졸인 순간은 언제였나.

“기름이 유출된 지 3일째인 지난해 12월 9일 가로림만 입구에 기름이 일부 유입됐을 때와 20일경 천수만 입구가 기름띠의 위협을 받을 때였다. 가로림만과 천수만에는 대규모의 양식어장이 있고 특히 천수만은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여서 사수를 해야 했다. 지금도 전남 목포 주변까지 타르 덩어리가 흘러들어 안심할 수가 없다.”

―에피소드가 있다면….

“속옷 등을 챙겨온 아내에게 새조개를 사주려고 천수만 주변 횟집으로 데려갔더니 ‘기름에 오염 안 됐느냐’고 물었다. 당시는 천수만 기름 유입을 이미 막아 냈을 때였다. 그래서 아내에게 ‘당신 남편이 어디 근무하는 누구냐’고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서해안 수산물은 오염됐다는 인식 때문에 어민들이 앞으로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항공순찰 때 느낀 점은….

“우선 우리 국민의 위대함이다. 항공순찰을 하다 보면 기름으로 검어진 해안의 자원봉사자들 행렬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인간띠가 지나간 해안은 조금씩 밝게 변한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보다 훨씬 위대하다. 연말연시에 한 차례 풍랑이 일자 수십일 동안 치워야 할 기름이 한꺼번에 날아가 버렸다.”

―이번 사고를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텐데….

“응급 방제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면서 ‘해안 오염지도’를 제작했다. 해안의 오염 정도와 특성 등을 고려한 방제 방법을 현장 사진과 함께 종합 정리한 것이다. 앞으로 전문 방제작업이나 유사한 사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방제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들도 따로 정리하고 있다. 나중에 이를 방제 당국에 제출해 참고가 되도록 하겠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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