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인 6일 부산에서 울산을 찾은 이모(54) 씨는 남구 옥현 지하차도에 놓인 화분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햇빛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하루 종일 차량 매연과 먼지가 날리는 곳에 놓인 화분에 심어 놓은 덩굴식물(담쟁이덩굴, 헤데라)이 하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채 말라 죽어 가고 있었기 때문.
이 화분은 울산시가 도심 녹화를 위해 2010년 완료 목표로 지난해부터 57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 중인 ‘덩굴식물 100만본 심기사업’의 일환으로 비치한 것. 시는 지난해 18억 원의 예산을 들여 덩굴식물 54만3000포기를 심었으며, 직접 덩굴식물을 심을 수 없는 지하차도나 고가차도 교각 아래에는 가로 1m, 세로 20cm, 높이 50cm의 화분 한 개에 덩굴식물 5∼10포기씩을 심은 화분 5만여 개를 갖다 놓았다.
시 관계자는 “지하차도나 고가도로 교각 등을 녹화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덩굴식물을 심은 화분을 비치했다”며 “정기적으로 물을 주고 관리하기 때문에 생육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탁상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박맹우 울산시장도 3일 업무보고회에서 “지난해 화분에 심은 덩굴식물은 도시 미관상 별로 좋지 않다”며 종합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시는 올해 17억여 원을 들여 덩굴식물 30만 포기를 추가로 심기로 하면서 ‘화분 식재’는 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울산시는 올해 덩굴식물 심기에 동참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문의 울산시청 녹지공원과 052-229-3320∼6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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