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현장 ‘우즈베크 의인’ 있었다

한국여성 업고 탈출… 사촌형은 못 구해

경기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인 배관공이 40대 한국인 여성을 등에 업고 함께 탈출했지만 자신의 사촌형은 구하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8일 냉동창고 공사에 참여했던 배관설비업체 D사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일용직 근로자인 벡투르소노프 하이루(33) 씨는 냉동창고 중앙 통로 부근에서 배관작업을 하다가 갑자기 천둥 같은 폭발 소리를 들었다.

직감적으로 큰 사고가 났다고 느낀 하이루 씨는 곁에 있던 40대 한국인 여성에게 “빨리 피하라”고 소리친 뒤 자신도 머리 위로 덮쳐오는 불길을 피해 출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시커먼 연기 속을 필사적으로 내달리던 하이루 씨는 한국인 여성이 불길에 휩싸인 채 쓰러지자 작업복 외투를 벗어 이 여성의 몸에 붙은 불을 끈 뒤 등에 업고 현장을 겨우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는 뒤늦게 창고 안에서 함께 일하던 사촌형 누랄리(41) 씨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알았다.

목숨을 잃은 누랄리 씨는 큰딸의 결혼에 맞춰 5월경 귀국할 예정이었다.

하이루 씨와 함께 사는 친구는 “하이루가 사촌형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몸져누웠다”고 전했다.

이천=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재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