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재가 되어버린 금고속 450만원

훔친 금고 안열리자 용접기로 떼내려다 태워

결혼중개업자 이모(39) 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5시경 대구 서구 내당동에 있는 김모(54) 씨의 지하수개발업체 Y엔지니어링을 찾았다.

친구 선배인 김 씨를 포함해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테이블 밑에 놓여 있는 철제 금고가 눈에 들어왔다.

김 씨가 지름 25cm, 길이 80cm가량의 지하수 채취용 쇠파이프 양쪽에 금속 조각을 용접기로 붙여 저금통 형태로 견고하게 만든 금고였다.

이 씨는 무게 20kg인 금고를 차에 싣고 시내 철물점으로 가서 “산소용접기로 파이프 위쪽에 붙은 철판을 떼어 달라”고 부탁했다.

철물점 직원이 분리 작업을 하면서 생긴 불꽃이 파이프 안쪽으로 튀자 “뭔가가 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서둘러 금고를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지만 안에 있던 지폐 450만 원은 재가 된 뒤였다.

이 씨는 김 씨 사무실에서 금고를 갖고 나오던 모습이 거리의 방범용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찍혀 붙잡혔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돈을 모두 태워버려 친구 선배인 김 씨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진술했다.

피해자 김 씨가 처벌을 원치 않는 데다 우발적 범행인 점을 감안해 경찰은 이 씨를 10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