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실시된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양대 숙명여대의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에서는 통합교과형 출제가 두드러졌다.
충남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와 고유가 등 최신 시사 현안이 등장한 제시문은 대체로 평이했지만 논제나 답안 요구 형태는 지난해보다 다소 까다로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모두 정시모집 논술을 모의논술 및 2학기 수시 논술과 비슷한 유형으로 출제했지만 수험생들은 고려대는 자연계, 연세대는 인문계 논술이 다소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대학 모두 자연계 논술에 태안 기름 유출 사건을 활용했다.
2008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 특징 | |||
대학 | 인문계 | 자연계 | 특징 |
고려대 | 제시문 4개, 3문항 | 제시문 8개, 5문항 | 지난해에 비해 통합 정도 완화했지만 과목별 단편지식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지 초점 |
연세대 | 제시문 4개, 3문항 | 3개 영역에 걸쳐 7문항 | 통계자료와 제시문을 통합적으로 분석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에 초점 |
경희대 | 통합교과형 1문항 | 통합교과형 1문항 | 고교 1학년 교과 수준에 맞춰 기본 이해도 측정 |
한양대 | 제시문 10개, 3문항 | 제시문 12개, 8문항 | 제시문에 나타난 주장과 근거를 활용해 까다로운 논제를 풀어 가는 형식 |
숙명 여대 | 공통문제 3개(제시문 4개) 계열별 문제 2개(제시문 3개) | 시사 이슈 해결방안을 다룬 제시문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력 측정 |
고려대는 인문계의 경우 ‘신뢰의 유형과 역할’이라는 큰 주제로 묶일 수 있는 4개의 제시문을 냈다. 설문과 통계자료 표를 2개 제시하고 해석 능력을 묻는 문제의 배점이 높아 채점 기준의 객관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뒀다.
자연계는 생물과 화학, 물리와 수학 등을 통합한 문항에서는 2학기 수시에 비해 과학의 비중을 다소 높였다. 서로 다른 혈액형끼리 소량 수혈이 가능한 이유를 원유 유출 사고와 연관지어 설명하도록 해 과학적 이해 능력과 사회 문제에 대한 표현력을 함께 요구했다.
기하학과 정적분을 다룬 수리 단독형 문항은 교과서에 없는 심층적인 공간 이해 능력을 요구해 어려웠다는 평가다.
자연계 논술을 치른 재수생 김동원(19) 씨는 “모의논술이나 2학기 수시 논술에 비해 수학 부분이 어려워 당황하는 바람에 답안을 쓸 시간이 다소 부족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인문계는 제시문 4개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에 대해 분석하고, 설문조사 통계자료를 활용해 민족의 개념과 민족의식을 연결짓도록 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연세대도 표 해석 문제의 배점이 가장 높아 인문계 논술에서 자료 해석력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 추세를 반영했다.
자연계는 수학, 물리와 지구과학, 화학과 생물 등 3개 영역에 걸쳐 출제됐다. 수학 영역에서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비슷한 상황을 설정해 기름이 해안에 도착하는 시간과 유출 기름의 양을 예측하는 문제, 효율적인 방제를 위한 자원봉사자 비율을 추론하도록 했다.
김동노 출제위원장은 “내년 논술도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며 늦어도 3월까지는 문제 유형을 모의고사 형태로 공개하겠다”면서 “다만 영어 지문이나 정답·풀이 과정을 요구하지 말도록 하는 규제를 풀어 주면 통합논술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희대는 기본 개념과 원리 이해력에 초점을 맞춰 계열별로 1문항씩 출제됐다. 여러 개의 제시문을 통해 인문계는 바람직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서술하고 자연계는 사회, 자연 현상이 변화하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도록 했다.
숙명여대는 인문계 자연계 공통으로 제시문 4개의 3문항, 계열별로 제시문 3개의 2문항을 출제했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 등 시의성 있는 시사 내용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한양대는 인문계는 수도권 집중화와 사회 구성원의 갈등 등에 대한 비판과 극복 방안을 서술하도록 했고 문화소비에 대한 통계표를 제시했다.
자연계는 수학 단독 문항뿐만 아니라 호르몬과 임신 과정을 수학 개념으로 다루라는 문제, 새로운 원소를 제시해 주기율표를 만드는 것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라는 문제를 출제하는 등 수학의 비중이 높았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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