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문화&사람]<10>대학로 로봇박물관 백성현 교수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7분


100년前 양철로봇 ‘틴맨’ 보셨나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로봇박물관 2층 제1전시관. 1950년대 등장한 아톰, 70년대를 풍미한 로봇 태권브이와 마징가 제트 등 낯익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모델로 한 장난감이 전시돼 있다. 유리벽 너머의 세계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던 어린이들은 “100년 전에도 로봇장난감이 있었나요”라고 큐레이터에게 물었다. 아이의 손에 이끌려 박물관을 찾은 어른도 동네 문구점에서 조립식 로봇장난감을 사 모으던 추억에 빠지며 앤티크 로봇장난감을 감상했다. 명지전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백성현(57) 교수가 1982년부터 일본과 미국, 유럽의 골동품상과 벼룩시장, 바자회장을 훑어 찾아낸 보물이다.》

40개국 3500개 로봇 역사-문화가 한눈에

고서적-저금통 수집하다 직업까지 바꿔

○ 세계 최초의 로봇박물관

로봇박물관은 교육과 오락이 섞인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를 초월해 로봇장난감을 매개로 새로운 전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낸 게 특징이다.

2004년 5월 문을 열었다. 약 825m²의 공간에 40여 개국, 3500여 개의 앤티크 로봇장난감을 전시한다. 2006년 10월 일본에 세워진 나고야로봇박물관보다 한발 앞섰다.

제1전시관은 로봇 역사관. 기원전 100년 자동인형을 시작으로 1910년 최초의 로봇영화가 상영되기까지 로봇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 준다.

소설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로봇장난감인 양철로봇 틴맨(독일·1900년)을 비롯해 1920년대 SF 영화 ‘메트로폴리스’에 출연한 최초의 여자 로봇 마리아(독일·1926년) 등 세계 40개국에서 모은 ‘문화재급’ 초창기 앤티크 로봇장난감을 볼 수 있다.

3층 제2전시관은 로봇문화관으로 로봇과 디자인, 로봇과 광고 등 로봇에서 파생된 다양한 문화를 살펴볼 수 있다.

○ 전문수집가 출신 교수 1호

로봇장난감을 수집한 백 교수는 1979년 LG상사 파리 지사 직원으로 두 차례에 걸쳐 10년 동안 프랑스에 체류했다.

1980년대 초에는 한국의 브랜드 파워가 낮아 유럽 국가와 거래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았다. 백 교수는 프랑스 바이어에게 소개하기 위해 벼룩시장과 시골 골동품 가게, 경매장을 찾아 한국 관련 고서적을 사들였다. 여기에서 잠재됐던 그의 수집벽(蒐集癖)이 출발한다.

백 교수는 “기본적인 생활비를 빼고 월급을 모두 쏟아 부었다”며 “처음에는 가족의 반대가 많았지만 점차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수집 대상은 저금통. 벼룩시장에서 책을 수집하면서 자연스럽게 골동품 저금통을 발견했다. 고대로마 시대의 저금통까지 손에 넣을 정도로 흠뻑 빠졌다.

그가 10여 년간 수집한 명품 저금통 1000여 점은 1996년 우리은행 본점에 문을 연 저금통테마파크의 전시품으로 등재됐다.

그의 수집벽은 직업까지 바꿨다. 파리 지사장 출신으로 촉망받던 부장이었으나 1995년 예술품 경매를 위해 갑자기 사표를 냈다. 이듬해 3월에는 전문수집가 중 처음으로 대학교수에 임용됐다.

○ 미래 가치 고려 정교한 투자

백 교수의 수집 철학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사들이는 게 아니라 미래 가치를 가진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선점하는 것.

1992년 파리 외곽의 한 골동품 상점에서 15만 원 정도에 사들인 안드로이드(오스트리아·1930년대) 로봇은 현재 가격이 800만 원대.

그는 “장난감 로봇에 투자해 100배 이상의 차익을 실현하기는 어렵지 않다”며 “수집은 문화콘텐츠까지 생산하는 부가 수익까지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지금부터 수집하면 좋을 대상으로 1850년대 이후 처음 등장한 물건, 대중의 흥미를 일으키는 전시 상품, 30cm 이하의 크기로 보관이 용이한 상품을 꼽았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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