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사서선생님 찾아가 ‘독서과외’ 받았죠”

  • 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8분


■경희고 축구부 놀라운 다독왕 변신… 비결은?

학교도서관이 바로 책읽기 첫걸음… 1대1 맞춤지도로 독서력 쑥쑥

지난해 초 서울 경희고 도서관. 시커먼 얼굴에 ‘멀대’처럼 키가 큰 축구부 학생들이 불쑥 들어섰다.

“뭐, 재미있는 책 없어요?”

이들이 정움 사서교사에게 던진 첫마디였다. 이들은 “감독님이 축구 선수도 머리가 있어야 전략을 짜니 책 좀 읽으라고 해서 왔어요”라고 말했다.

축구부 학생들은 축구스타 박지성이 쓴 ‘멈추지 않는 도전’, 2006년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의 이야기를 담은 ‘희망을 쏘아라’ 등 축구 관련 도서를 추천받았다. 책이 주는 흥미에 빠진 이들은 정 교사의 권유로 짧은 이야기들을 엮은 일화집을 읽기 시작했다.

한 해가 지나자 축구부 학생들이 달라졌다는 말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스스로 찾아 읽기도 하고, 베스트셀러를 구해 읽기도 했다. 이제는 학교가 선정하는 ‘다독왕’에 오를 정도다.

교과서를 제외하면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고교생이 많다. 하지만 책 읽기는 공부의 기본이다. 특히 고교생에게 책 읽기는 매우 중요하다. 교과서 밖에서 출제되는 논술고사 지문이 적지 않다. 또 학교생활기록부에 독서이력을 기록하는 ‘독서이력철 제도’가 생겼다. 현재 고교 2학년부터는 독서이력이 대학입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학생은 학교 도서관부터 알차게 활용해 보자. 고교 사서교사들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서교사에게 ‘일대일 맞춤 독서상담’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일대일 맞춤 독서상담을 받으면 사서교사가 학생과 상담한 뒤 학생의 수준이나 관심사, 독서 목적에 맞는 책을 콕 집어 권해 주게 된다. 추천받은 책을 재밌게 읽었다면 비슷한 주제나 장르의 책을 이어서 소개받을 수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를 할 수 있다. 자신이 읽은 책을 사서교사가 ‘독서이력’으로 기록해 두기 때문에 ‘독서편식’이 이뤄지지 않도록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도 있다.

학교당 평균 8000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지역 고교의 경우 학교마다 사서교사가 있다. 정기간행물, e북, 음악, 사진, 동영상, 지도 등의 자료도 많아 사서교사에게 요청하면 자신이 읽는 책과 관련된 멀티미디어 자료도 챙겨 볼 수 있다.

쇼 프로그램 진행자가 꿈이라는 서울 도봉고의 한 학생은 이 학교 도서관 이은혜 교사로부터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 씨와 아나운서 손석희 씨의 자서전 △레크리에이션 기법에 관한 도서를 추천 받았다. 이 교사는 이와 더불어 △인터넷에 올라 있는 쇼 프로그램 진행자 김재동 씨의 어록 △쇼 프로그램 진행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관련 대학 및 학과를 다룬 신문기사를 구해 줬다.

“사서교사는 보건교사(양호교사)와 비슷해요. 보건실을 찾아야 아픈 데를 고칠 수 있듯이 사서교사를 찾아야 ‘독서 편식증’을 고칠 수 있거든요.”(송곡여고 이덕주 교사)

꾸준히 책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면 사서교사의 지도 아래 ‘독서 포트폴리오(독서기록장)’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매 학기 초 본인이 가장 관심 있는 주제를 선택하고 그 주제와 관련된 책을 선정한 다음, 언제까지 읽겠다는 독서 계획서를 만든다. 책을 읽고 나면 △작가와 가상 인터뷰하기 △내용을 신문기사 형식으로 바꿔 써 보기 △주인공에게 편지 쓰기와 같은 독후활동을 하고 사서교사의 확인을 받는다.

이렇게 모은 자료들을 학기가 끝날 때쯤 한데 모아 표지가 있는 파일에 넣으면 그대로 독서 포트폴리오가 된다. 독서 포트폴리오는 학생이 자기주도적인 책 읽기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담당 교사가 학교생활기록부에 해당 학생의 독서이력을 기록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하므로 대학입시에도 유리할 수 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