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국제결혼 이주여성들 영그는 ‘선생님의 꿈’

  • 입력 2008년 1월 16일 06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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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속에는 문화가 담겨 있어요. 왜 이 같은 표현을 쓰는지 정확히 알고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10일 오후 계명대 국제교육센터 4층 강의실. 이 센터 김선정(43·여·한국문화정보학과 교수) 소장이 결혼이주여성 6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어 표현’ 수업을 하고 있었다.

김 소장이 “‘미역국을 먹었다’는 무슨 뜻이죠?”라고 묻자, 한 학생이 “생일에 먹는 국”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표현은 ‘실패하다’, ‘시험에 떨어지다’는 뜻으로도 흔히 씁니다. 관용적 표현이라고 해요. ‘눈에 불을 켜다’도 마찬가집니다. 열심히 한다는 뜻이죠. 여러분도 ‘눈에 불을 켜고’ 한국어를 정확하게 공부하세요”라고 덧붙였다.

국제결혼으로 경북 지역에 정착한 외국인 여성들이 ‘선생님의 꿈’을 키우고 있다.

경북도는 계명대, 경북교육청과 협력해 이주여성 가운데 한국어를 비교적 잘하거나 학력이 높은 여성을 뽑아 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육이나 초등학생을 위한 방과 후 영어교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처음 마련했다.

7일 개강해 이달 31일까지 열리는 이 교육에는 필리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 9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주여성에게 취업 기회를 마련해 경제적 도움을 주는 한편 원어민 교사가 부족한 농어촌 초등학생의 영어 공부에 보탬을 주기 위한 것.

대학의 전문기관이 교육을 맡고 교육청이 원어민 교사로 일할 수 있도록 보증하는 이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드문 편이다.

이주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싶어 참여한 베트남인 피티 옥란(28·구미시 진평동) 씨는 베트남의 명문대학인 하노이국립대의 한국어학과를 졸업하고 현지 한국기업에서 일하다 2002년 구미의 한 회사에서 통역사로 몇 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그는 “모든 게 낯선 이주여성은 한국에 적응하는 데 무척 애를 먹는다”며 “베트남 이주여성이 많아지는 만큼 이들이 빨리 적응해 당당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사 역할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강의실에서는 필리핀 출신 여성들이 영어 원어민 양성과정 수업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미국인 교수에게서 정확한 영어 표현을 비롯해 영어수업 방법, 한국의 문화, 아동심리 등 다양한 내용의 강의를 듣는다.

필리핀의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리자 사클라이언(31·문경시 문경읍 당포리) 씨는 오전 4시에 일어나 집안일을 해놓고 대구까지 올 정도로 열성적이다.

그는 “그동안 3년 정도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며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전문가에게 배우니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육을 마친 뒤 다음 달 지역별로 실습을 하며 3월부터는 ‘선생님’ 자격으로 초등학생이나 이주여성을 가르치게 된다.

계명대 한국어학당 강현자(42·여) 초빙교수는 “한국에서 10년 이상 생활한 여성들도 한국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는 서툰 경우가 많다”며 “이주여성들이 자녀교육을 할 때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내 이주여성은 현재 8개국 출신 4300여 명이며, 그 자녀는 3000여 명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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