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영리목적 무단인용 못한다

  • 입력 2008년 1월 18일 03시 10분


온라인 강의 업체 메가스터디에

법원 “교재사용 중단” 가처분결정

공공재 성격이 강한 검정교과서라도 저자 허락 없이 영리 목적으로 내용을 인용할 경우 저작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본안 소송 판결에 앞선 가처분 결정이지만 교과서를 무단 인용한 교재와 강의의 저작권 침해 여부와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온·오프라인 사교육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용헌)는 C출판사의 고등학교 영어교과서 공동저자인 이모 씨 등이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를 상대로 고등학교 1학년용 영어교재 배포 및 판매, 동영상 강의 파일 전송을 금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메가스터디가 C출판사의 영어교과서를 인용해서 만든 교재를 판매하고 배포한 것은 해당 교과서의 출판권과 공동저자인 이 씨의 복제, 배포권,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해당 교재의 제작, 인쇄, 판매와 동영상 강의 전송을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메가스터디는 온라인 회원수만 210만여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전문 교육업체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메가스터디는 17일부터 해당 동영상 강의와 교재 판매 및 배포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출판사의 교과서 저자들도 메가스터디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낸 바 있고, C출판사 측은 메가스터디의 수학, 사회 등 다른 과목 교재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처분 신청을 낼 계획이어서 사교육 관련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본안 소송에서도 이번 판단이 유지되면 앞으로 온·오프라인 교육업체들은 교과서를 인용해 교재를 만들어 배포하거나 동영상 강의를 할 때 저작권 사용료를 내야 한다.

C출판사 측 대리인인 A 법무법인은 “이번 법원의 판단은 사설 교육업체들이 자체적인 콘텐츠를 개발하지 않고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영리 목적으로 광범위하게 이용하는 행위에 대해 처음 제동을 건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교과서가 공공재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인용 범위가 광범위하게 인정돼야 한다’는 메가스터디 측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영리 목적으로 제작된 학원 교재나 동영상 강의는 인정 범위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메가스터디 측은 “온라인 동영상 강의가 교과서 수요를 대체한다는 신청인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쉽다”며 “기존 판례가 없는 만큼 본안 소송에서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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