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광장으로 문화 숨쉬게”
“동성로가 대구시민의 사랑을 받는 멋진 거리로 바뀔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모았죠. 예술성과 전문성이 가미된 마스터플랜을 거의 완성했습니다.”
대구 최대 번화가인 중구 동성로를 새롭게 디자인하는 중책을 맡은 건축가 권문성(49) 씨는 17일 “동성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거리를 꾸미는 설계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며 “다음 달 중 최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인데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사업비 43억 원을 들여 중구 중앙치안센터∼한일극장∼대우빌딩의 동성로(900m)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꾸미는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무원과 시민단체 대표, 전문가, 상인대표 등으로 구성된 동성로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이정호 경북대 교수)는 지난해 11월 권 씨를 이 사업 총감독으로 선임했다.
권 씨는 “동성로는 다른 도시의 거리와는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며 “대구읍성을 없애고 만든 길인 동성로에 성벽과 성문이 아직 남아있다면 정말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거리가 되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조선시대에 세워진 대구읍성은 1907년 당시 대구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의 상권 확장 등을 위해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이 사업 추진위원회가 실시한 시민의식 조사 결과 과거 동성로에 대구읍성이 있던 사실을 아는 시민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며 “대구읍성의 기억을 살리기 위해 동성로 바닥에 15m 간격으로 황동으로 된 상징물을 설치하고 전 구간에 성곽을 상징하는 폭 1.5m의 화강암으로 된 장대석을 깔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의 세종로 사거리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복원된 청계천 등은 보행권 확보를 통해 도심이 살아난 대표적인 케이스죠. 동성로도 누구나 걷고 싶은 ‘소통의 거리’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동성로 3곳에 광장 형태의 ‘열린마당’을 만들어 문화와 예술이 숨쉬는 축제의 광장으로 활용할 생각입니다.”
그는 특히 “인접한 중앙로와 연결되는 골목길의 특색을 살리는 방안도 마련했다”며 “동성로와 연결된 골목길을 소개하는 안내판과 조명시설을 거리 곳곳에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성로를 새롭게 바꾼 뒤 이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면서 거리를 전시장이나 공연장처럼 운영하는 ‘동성로 큐레이터제’도 도입할 것을 대구시에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그는 “동성로에 공영 노점과 거리카페를 운영해 도심 명물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건축사사무소 아뜰리에17을 운영 중인 권 씨는 대한민국건축대전 초대작가, 문화관광부 건축문화포럼 위원장, 중앙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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