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나 시간 보내기 딱이야”
《17일 오후 광주지하철 금남로4가역. 지하 1층 대합실이 30여 명의 노인들로 북적였다. 60, 70대 노인들은 간이 공연장으로 쓰는 무대에서 장기와 바둑을 두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원형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느긋하게 책을 읽는 노인도 있었다. ‘실버역’으로 불리는 금남로4가역 풍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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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가까워 노인들 북적
금남로4가역이 노인들로 붐비는 이유는 광주공원과 가깝기 때문이다.
역에서 공원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 걸린다. 광주공원에는 연중무휴로 노인들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급식소가 있어 노인들이 많이 모인다.
쌍촌동에 사는 박모(72) 씨는 “지하철을 타고 와 공원에서 점심을 해결한 뒤 대합실에서 장기를 두는 게 요즘 하루 일과”라며 “금남로4가역은 보고 즐길 거리가 많아 노인들의 만남의 장소”라고 말했다.
지하 1층에 설치된 초대형 입체지도는 광주지하철 명물. 제작자 한행수 씨가 3년여에 걸쳐 완성한 가로 4.2m, 세로 6m, 높이 160cm 크기의 작품으로 광주 도심과 주변 산을 6250분의 1로 축소해 제작했다.
광주미술협회가 운영하는 지하 2층 매트로 갤러리도 노인들이 즐겨 찾는 문화공간이다.
20여 종의 토종 물고기가 노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수족관은 어린이 자연생태학습장으로 인기다.
매월 첫째, 셋째 월요일 오후 지하 1층에서는 사랑의 이·미용 봉사가 펼쳐진다.
청솔여성라이온스클럽과 충장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이 노인과 장애인의 머리를 정성껏 손질해 줘 이 날짜에 맞춰 광주 인근에 사는 노인들이 찾아올 정도다.
오형봉(56) 금남로4가역장은 “광주공원, 금남공원, 예술의 거리, 대인시장 등 노인들이 자주 찾는 곳이 주위에 많아 하루 지하철 이용객 1만2000여 명 가운데 30% 정도가 노인”이라며 “이들이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복 금은방 음식점 거리 유명
인근 충장로4, 5가에는 한복집과 금은방 등 60여 개 점포가 40년 넘게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통의 맛집이 많다.
1번 출구 쪽에 있는 ‘무등산 뽐뿌집’(234-2406)은 광주를 대표하는 추어탕집이다. ‘무등산 추어탕’은 몰라도 ‘뽐뿌집’이란 이름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
4가역 주변에는 유난히 중국음식점이 많다. 이 일대에 1960년대 화교들이 운영하는 포목점과 식료품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2번 출구 근처의 ‘영안반점’(223-6098)은 1973년 개업한 중화요리 전문점. 인근에 ‘신락원’(224-1292), ‘제일반점’(223-6395), 전가복(233-2337)이 있다.
충장로3가 ‘청원모밀’(222-2210)은 1960년 문을 열었다. 주인 주영희(47·여) 씨는 “젊은 시절 먹던 담백하고 쫄깃한 메밀국수 맛을 잊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금남로4가 주변에는 은행, 보험사가 밀집해 샐러리맨들의 입맛을 돋우는 집이 많다. 노인들을 위한 실비집도 눈에 띈다.
중앙로 현대예식장 맞은편 골목에 자리한 ‘인촌’(234-3389)은 삼치구이(1인분 5000원) 전문집. 인근 ‘화랑궁회관’(224-1800)과 ‘백운산회관’(222-4569)은 육회비빔밥(5000원)으로 이름이 나 있다.
하나은행 광주지점 맞은편 ‘뚝배기 생태한마리’(232-8472)는 다시마, 파뿌리, 북어 등을 넣고 24시간 곤 국물에 생태를 넣어 끓이는 생태탕(5000원)으로 일가를 이룬 집이다.
불로동 ‘무진주’(224-8074)는 갓 담근 김치와 감자국수, 돼지고기 수육 등 6가지가 들어가는 모듬보쌈(4인분 3만 원)으로 젊은 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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