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도 ‘고액 과외’ 열풍

  • 입력 2008년 1월 19일 03시 04분


“몸값 높이려… 좋은 직장 옮기려…”

금융업종으로의 전직(轉職)을 생각하고 있는 직장인 박모(32) 씨는 최근 석 달 동안 ‘과외비’로 690만 원을 지출했다. 미국의 톱클래스 경영대학원(MBA) 지원을 위한 일대일 컨설팅서비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MBA 출신 컨설턴트와 10번 동안 만나 5개 대학 입학에 필요한 영문 에세이 작성 도움 서비스를 받는 데 500만 원이고, 그 외 별도의 영문 번역 및 교정에 120만 원, 입학사정관과의 면접을 대비해 원어민과 90분짜리 모의 인터뷰 7회를 하는 데 또 70만 원을 지출했다.

박 씨는 “경영대학원 입학시험(GMAT)과 토플 등은 워낙 한국인 고득점자가 많아져 이것만으로는 합격하기가 쉽지 않다. 차별화를 위해선 족집게 과외가 절실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시험봐야 수강할 수 있는 곳도

:직장인 고액 사교육 사례
▽MBA 유학 컨설팅 비용 500만 원

컨설턴트와 10회 만남. 영문 에세이 번역·교정비 등은 별도

▽일대일 비즈니스 영어 100만 원

잡 인터뷰, 프레젠테이션 등 두 달 동안 15∼20회 연습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준비 학원 80만 원

1개월 종합반 기준. 회원비, 모의고사 비용 등은 별도

▽로스쿨 대비 학원 54만 원

1개월 2과목 기본반 기준. 첫 달 등록비용 별도

▽국제재무분석사(CFA) 인터넷 강의 110만 원

6개월 과정. 3차 과정 다 들으려면 330만 원.

교재비 등은 별도

시중 유명 학원 및 컨설팅업체 요금체계 기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교육 시장이 점차 고액(高額)화, 소수정예화, 맞춤형으로 변해가고 있다. 국내외 MBA를 비롯해 의·치의학전문대학원, 내년 개원을 앞둔 로스쿨 등 ‘전문 대학원’의 시장 규모가 확대됐지만 그만큼 전직을 노리는 직장인들의 수준과 몸값 높이기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15일 직장인 지식포털인 비즈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455명 중 45.3%가 ‘올해 이직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MBA나 로스쿨 진학 등을 맨투맨 방식으로 도와주는 ‘커리어 컨설팅회사’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노출을 꺼리는 업체 특성상 인터넷포털로는 검색이 잘 안 된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등을 통해서만 연락이 가능하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대부분 원서제출 시즌 2, 3개월 전에 예약이 마감된다.

수개월 전 개원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P로스쿨학원은 한 달에 기본 두 과목 수강료만 54만 원이다. 회원비 30만 원에 모의고사료와 교재비, 로스쿨별 논술 및 면접시험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월 70만 원 정도의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수강 희망생은 넘쳐난다. 학원 측은 “서울대(로스쿨) 반(班)은 자체 시험을 통과해야 수강 자격이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YBM, 파고다 벌리츠 등 유명 영어학원들도 최근 외국계 기업 면접과 발음 교정 등 이른바 ‘비즈니스 영어’를 전문으로 다루는 별도의 법인이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수강료가 많이 올랐다. 1∼3명을 대상으로 원어민 강사 1명이 한 과목을 진행하는 데 주 2회에 월 40만∼50만 원 선이 보통이다.

○ 장단기 커리어 플랜에 맞춰야

자본시장통합법 시행과 최근 대통력직인수위원회의 금융산업 육성 방침 등이 맞물리며 인기를 더하고 있는 금융 관련 자격증 시험 교육비도 만만치 않다. 가령 국제재무분석사(CFA) 강좌를 개설 중인 W학원에서는 6개월 동안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교재비를 포함해 120만 원가량이 든다.

이 때문에 동료 3, 4명이 하나의 ID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계(契)’를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 강의는 한 강좌를 4번까지 반복해서 볼 수 있도록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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