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만복 국정원장 방북 대화록 유출’ 본격 수사

  • 입력 2008년 1월 20일 20시 59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 등을 유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김 원장의 방북 배경이나 실제 대화내용이 추가로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우선 김 원장이 중앙일보와 전직 국정원 직원 등 14명에게 건넨 대화록과 방북배경 경위 보고서의 위법 여부부터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김 원장의 방북배경 등 주변 상황으로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 원장과 김 부장이 수차례 비밀회담을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당사자인 만큼 남북정상회담으로 불통이 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국정원장의 방북배경과 접촉인사, 이들과의 실제 대화내용, 북측과의 이면거래설 등이 모두 규명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검찰 중견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당시 김 원장이 왜 북한을 방문해 누구를 만났는지, 문건은 왜 유출했는지, 유출 과정에서 내부 절차를 밟았는지 등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조사 내용이 국가비밀에 해당한다면 필요에 따라 수사과정은 물론 재판도 비공개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정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17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8일 오전 6시30분 판문점을 통과해 같은 날 오후 5시 남한으로 돌아왔다. 10시간 동안 북한에서 머문 김 원장은 평양 도착 직후 모란봉 초대소에서 김 부장과 환담했고, 낮에는 오찬을 함께 했다.

당일 오전 10시40분부터 55분까지 약 15분 동안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심은 나무에 표지석을 설치했다고 한다.

김 원장은 국정원 내부나 정치권 인사들에게 "북한에서는 표지석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이름 외에는 누구도 새길 수 없도록 돼 있다. 국정원장이 직접 방문해야 노 대통령의 표지석을 세울 수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 15분 간 일정을 위해 국정원장이 대선 하루 전날 방북했다는 사실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 많다.

특히 공개된 대화록에는 환담 및 오찬장소에서 김 원장과 김 통일전선부장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의 요지만 나와 있다. 대화록에서 빠진 실제 대화내용에 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은밀하게 이뤄지는 대북 협상의 특성상 김 원장이 스스로 방북배경과 과정을 상세히 자백하지 않는 한 검찰 수사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문건 등 불리한 자료를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관측도 국정원 주변에서 나돈다. 국정원 내부의 제보자가 나오지 않으면 검찰이 수사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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