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년)이의 말이다. 민경(13·경기 부천동여중 1년)이도
“역사책을 보면 집중이 안 된다”며 “외워야 하는 것도 많고 생생하지도
않아 싫증이 난다”고 거들었다.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이산’ 등
역사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를 곧잘 보던 아이들도 막상 역사가
재미있느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최근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쓰기가 돋보이는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 1, 2’(휴먼 어린이)를 출간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의
방지원(41·대영고) 박선희(37·고명중) 교사를 통해 아이들이
역사와 친해지는 법을 소개한다. 현직 역사 교사 2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이 단체는 올해 말까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총 10권의 책을 낼 계획이다.》
“TV 사극 주인공, 역사책 펴면 만날 수 있어요”
○ 역사는 거대한 드라마다
아이들이 역사가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은 지나치게 학습 위주로 접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역사는 흥미로운 옛 이야기와 비슷해 재미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물의 이름과 업적, 사건이 일어난 연도 등 책에 들어있는 내용을 외워야 하거나 부모가 이를 확인하려고 하면 이내 흥미를 잃기 쉽다.
유아 때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옛 이야기처럼 책을 읽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이야기 위주에서 인물과 시대, 선조들의 삶 등을 가미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아이들과 역사의 만남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이다.
방 교사는 “역사와 관련된 책들이 건조한 문체와 사실 위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이들은 딱딱한 책들을 먼저 접하게 되면 역사 자체에 질리게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다양한 특성을 보이는데 글보다 그림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림이 크고 화보가 많은 책을,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사건이 이야기 식으로 전개된 책을 보도록 한다.
초등 고학년 때는 독서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위인전 등 인물을 통해 역사와 접할 수 있는 책을 권한다.
○ 역사와 만날 기회를 만들어라
학습서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역사를 만나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가 역사와 관련된 TV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한다면 함께 시청하거나 극장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은 이 같은 작품들을 통해 기초적인 정보를 얻으면서 강한 호기심을 느끼게 된다. 드라마나 영화를 본 뒤 비슷한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역사책을 권유하면 자연스러운 역사 공부가 될 수 있다.
이때 실제 사건과 극적인 재미를 위해 추가된 허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작품 속의 과장되거나 왜곡된 내용을 쉽게 사실로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언이 필요하다.
요즘 시중에 우후죽순 나오는 만화로 된 역사책은 고를 때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지나치게 재미를 의식해 과장돼 있거나 왜곡된 책은 피하고 책에 사용된 언어의 표현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역사책은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유아나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아동문학가가 쓴 책도 좋지만 고학년의 경우에는 역사 전공자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 부모의 욕심을 버려라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흥미에 맞는 부분 위주로 독서를 하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역사 책을 가까운 곳에 두는 것이 좋다.
통사 위주의 책보다는 과학사 경제사 정치사 생활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 책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아이들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부분을 반복해 읽으면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는 것도 살아 있는 역사를 체험하는 좋은 방법이지만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의 체력과 호흡에 맞춰 관람하는 것이 좋다. 비용과 학습 효과를 생각하면서 쉴 새 없이 설명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시선이 오래 머물거나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짧게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 유물을 보면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역사 대화법’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칼과 화살 등 전쟁 유물을 보면서 “네가 드라마에서 봤던 고구려와 수당 전쟁 뒤 무엇이 남았을까”라는 식으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박 교사는 “부모가 아이들의 학습에 대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면서 “학습이나 지식 측면에서 강요하면 쉽게 흥미를 잃기 쉽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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