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8756명으로 가장 많이 늘려
25일 행정자치부의 ‘시군구 연도별 정원’ 자료 분석 결과 2002년 말부터 2007년 6월 말까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은 연평균 2.5%씩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반 동안 매일 하루 평균 19.9명씩 늘어난 셈이다.
특별자치도인 제주도를 제외한 15개 광역시도 공무원 정원은 8109명, 기초 시군구 공무원은 2만3790명이 늘었다. 15개 시도는 평균 540.6명, 시군구는 평균 103.4명씩 정원을 늘렸다.
지역별로는 개발 붐이 일었던 경기 지역이 8756명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그 다음은 경남(3593명) 서울(2560명) 경북(2546명)의 순이었다. 공무원이 비교적 덜 증가한 지역은 광주(617명) 울산(689명) 대전(843명) 등이었다.
2003년 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지방교육청 직원을 포함한 지방공무원 직급별 정원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전체 증가 인원 3만8554명 중 6급 주사가 1만2124명으로 가장 많았다. 각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에서 ‘허리’ 역할을 하는 직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것.
다음은 7급(8437명), 8급(7303명), 소방직(4963명)의 순이었다. 5급 이상 증가 정원은 2834명이었다.
이 기간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정원이 준 곳은 전남 나주시가 유일했다. 나주시는 2002년 말 996명에서 2007년 6월 말 992명으로 정원을 4명 줄였다. 서울 종로구와 전남 보성군은 정원을 동결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시장 재임 기간과 겹치는 2002년 말∼2006년 말에 정원 513명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견제에 실패한 지방의회
지자체들은 이렇게 늘어난 정원에 대해 “고령화에 따라 복지 대상자가 늘어나고, 주민 요구 수준이 높아져 서비스 제공 수준도 높여야 하며,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행정 업무가 그만큼 늘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각 지자체가 정원을 늘린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같은 주장과는 배치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경기 군포시는 2005년 6월 “일제 강점하 피해신고 접수 업무가 새로 생겼다”며 7급 행정직 정원 1명을 늘렸다. 다음해 2월에는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회복 및 보상신청자 사실조사 업무를 해야 한다”며 또다시 7급 행정직 정원 1명을 늘렸다.
그러나 실제 이 업무는 1명이 계속 하고 있다. 업무 담당자는 “지난해 일제 강점하 피해신고 접수는 받지 않았다. 민주화운동 관련 사실조사는 16건을 조사했다”고 말했다.
이 두 업무의 정원은 현재 올해 말까지 한시 정원으로 돼 있다. 군포시는 이 정원에 대해 “기한 만료로 끝낼 것인지 상시 정원으로 바꿔 계속 놔둘 것인지는 시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자체의 증원을 따져보는 역할은 현행법에서 지방의회의 몫이지만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이를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 9월 광주 남구의회 유정심 의장은 구청이 낸 20명 증원안에 대해 구의원들이 원안 통과를 주장하자 회의장을 떠났다. 부의장이 대신 사회를 보면서 원안을 통과시켰고 유 의장은 항의의 뜻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유 의장은 구의원들의 유감 표시를 받아들여 사의를 철회했지만 남구청 공무원 정원은 구청 측이 제출한 원안대로 648명에서 668명으로 늘어났다.
유 의장은 “구청도 어느 정도는 삭감이 되리라고 생각하고 안을 냈을 텐데 의회에서 원안 가결됐다. 구청 일손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공무원 자리를 늘리기 위한 조직개편안이었지 구민을 위한 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민 위해 경쟁하는 구조 만들어야
전문가들은 “주민 눈높이에서 이뤄지는 행정 서비스가 늘어나야 하는 것은 맞다”며 지자체 공무원 증원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이를 핑계로 기능이 줄어든 분야에 대한 인력 전환 배치나 배치 등 감축 노력 없이 정원만 늘린 데 대해서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한부영 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역할이 커진 것은 사실이나 늘어난 업무에 비해 공무원 수는 훨씬 더 많이 증가했다”며 “지자체들이 지역경제 발전을 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인원을 늘려 복지 행정을 확대했다지만 정작 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제공되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성대 행정학과 이종수 교수는 “한국의 지자체들이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는 ‘이런 게 필요할까’ 싶은 것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무원 정원을 줄인 신정훈(44) 나주시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무원들의 ‘기득권 지키기’가 대단히 강한 데다 선출직 단체장들이 감축을 꺼리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지자체 정원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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