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알몸체벌’ 물의

  • 입력 2008년 1월 30일 03시 17분


한겨울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어린이집의 2층 비상계단에서 여자 어린이가 바지를 내린 채 추위에 떨고 있다. 어린이가 벌을 받던 25일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1.6도로 추웠다. 뉴질랜드인 M 씨가 찍어 본보에 제공했다.
한겨울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어린이집의 2층 비상계단에서 여자 어린이가 바지를 내린 채 추위에 떨고 있다. 어린이가 벌을 받던 25일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영하 1.6도로 추웠다. 뉴질랜드인 M 씨가 찍어 본보에 제공했다.
서울 시내 한 구립 어린이집에서 4세 여자 어린이를 알몸으로 건물 밖에 세워두는 체벌을 가했다는 의혹이 일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9일 용산구 이태원동 B어린이집에서 여자 어린이가 ‘알몸 체벌’을 받았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용산구청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B어린이집과 용산구청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교사 이모(25·여) 씨는 25일 원생인 A(4) 양이 말을 듣지 않고 친구를 계속 괴롭히자 A 양에게 “자꾸 이러면 ‘못난이 어린이집’으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못난이 어린이집이란 어린이집 뒤쪽의 좁은 비상계단 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밖에 세워두는 체벌 장소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A 양은 분에 못 이겨 상의를 벗었으며 이 씨도 화가 나 아이의 바지를 끌어내렸고 이후 A 양은 알몸으로 난간에서 1, 2분 서 있다 들어왔다.

이날 경찰 조사를 받은 이 씨는 “A 양이 바깥으로 나갔는데 순간적으로 너무 화가 나 그냥 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양이 체벌 받는 것을 사진으로 찍은 뉴질랜드인 M(여·대학 영어강사) 씨는 “지난해 12월과 이달 25일에 어린이가 알몸으로 바깥에 서 있는 것을 봤고 두 번 모두 10분 이상 서 있었다”며 “25일에는 교사가 어린이를 바깥으로 미는(push) 모습도 봤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B어린이집과 교사에 대한 자격 취소를 여성가족부에 의뢰하는 한편 알몸 체벌을 당한 아이들이 추가로 있는지 조사 중이다.

A 양의 어머니는 “너무 경황이 없다. 체벌을 한 교사를 고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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