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미군 공여지 이렇게 개발하자]<3>독일 사례

  • 입력 2008년 1월 31일 02시 58분


《“우리 회사가 계획 단계에서부터 반환 미군기지 개발에 적극 참여했죠. 덕분에 훨씬 빠르게 사업이 진행됐고 분양, 임대 성적도 아주 좋아요.” 독일 헤센 주 하나우 시에서 반환 미군 공여지 개발에 참여한 회사 테라마크의 대표 헤르베르트 뮐러 씨는 21일 이 지역 개발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일 이후 공여지를 반환받으면서 개발계획 단계부터 테라마크가 시에 사업 내용을 적극 제안했다. 시는 이를 적극 수용해 공여지를 효율적이면서도 빠르게 개발했다.

연방(중앙)정부는 반환 기지를 사업주체에 매각할 뿐 별도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았다. 대신 지방정부의 개발계획에 규제를 가하지 않아 민간기업과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미군 공여지 개발은 지역 실정에 맞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 시 예산 한 푼도 안들어

인구 9만2000여 명의 중소도시 하나우 시. 1990년 통일 때까지 탱크, 화학, 헬기 부대 등 다양한 미군부대에 3만여 명이 주둔하던 ‘기지촌’이었다.

이 도시는 348만 m²의 반환 공여지 중 33만 m²를 개발했다. 1998년 12월 시작해 1단계 사업은 2000년 4월, 2단계 사업은 2002년 10월에 끝냈다.

테라마크는 1998년 12월 시가 제시한 공공기관 40%, 오피스용 20%, 주거용 40%라는 가이드라인의 범위에서 자유롭게 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낡은 건물을 철거할지 리모델링할지를 테라마크가 결정했다.

도로변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무실용으로 임대했고 도로 뒤편 건물은 허물고 공동주택 500여 채를 지어 분양했다.

연방정부가 소유한 반환 공여지 매입 비용은 테라마크가 유치한 투자자본으로 충당해 시 예산은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다. 하나우 시는 청사 일부를 개발된 공여지 내의 건물로 옮겨 25년간 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도왔다.

하나우 시 한스 울리히 베이커 도시계획과장은 “시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만 정해 주고 민간이 실정에 맞는 계획을 짜기 때문에 반환 공여지가 빠르게 성공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마크가 공동주택과 사무실을 지은 13만 m²의 반환 공여지는 1999년 300만 유로 정도를 지급하고 사들였다. 현재 가치는 1300만 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 규제 없는 공여지 개발

미군과 일부 독일군 기지가 572만 m²로 시 면적의 13%를 차지했던 독일 헤센 주 기센 시.

통독 이후 공여지 반환이 시작돼 연말이면 모두 돌려받는다. 지금까지 개발한 면적은 393만 m².

산림이 울창한 미군 훈련장은 자연보전지역으로 남겼다. 주변에 공장지대가 있으면 공장을 지었다. 주거지와 가까운 미군 창고는 학교로 만들었다.

독일군이 쓰던 35만 m² 정도의 기지는 66번 고속도로와 가까워 대형 정유회사의 보급창고가 들어섰다.

이 기지 터에는 바이오 관련 벤처기업 10여 곳과 헤센 주의 산림부서, 물류창고, 창업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관이 입주했다.

미군이 쓰던 25만 m² 크기의 한 기지는 10여 개 자동차 판매점이 들어선 ‘아우토마일레’ 단지로 탈바꿈했다.

기센 시 토마스 라우슈 도시국장은 “지역 사정과 주변의 여건을 고려해 시가 필요한 시설을 채우는 개발계획을 추진했을 뿐 연방정부의 규제 등 다른 요소는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미군기지의 독일인 일자리 6600여 개가 사라지면서 1990년대 중반 이 지역 실업률이 13∼18%로 치솟았다. 2000년경부터 개발계획이 현실화되면서 지금까지 일자리 2000여 개가 다시 생겼다.

○ “미군기지가 경제 핵심”

“오전 6시 20분에 미군 수송기가 굉음을 내며 이륙했는데 불편하지 않냐고요? 저는 반가워요. 미군이 부지런히 많이 다녀야 우리 시의 경제가 살아나니까요.”

인터뷰 당일 미 군용기 굉음에 잠에서 깼던 기자가 평소에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의 클라우스 라이에스 람슈타인 시장이 답한 내용이다.

람슈타인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미 공군기지가 자리 잡고 있다. 2005년에는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라인마인 기지까지 이곳으로 옮겨와 100만 m²가 더 늘어났다.

군 기지가 늘어나면 한국에서는 반대집회가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미군기지 확장에 반대하는 일부 주민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은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찬성한다고 람슈타인 시장은 전했다.

“미 공군기지 내 독일인 일자리가 정확히 6372개예요. 미군이 쓰는 돈이 연간 4억7500만 달러고, 이런 것을 종합하면 람슈타인 공군기지로 17억5900만 달러의 경제 효과가 발생합니다. 공장 하나 없는 이곳에서는 미군기지가 경제의 핵심이에요.”

미군기지가 커지면 미군의 범죄나 사고가 늘 것으로 우려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독일군도, 독일 민간인도 범죄나 사고를 내죠. 미군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비난받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나요? 그에 상응한 대가를 치르면 될 뿐 주둔 자체를 반대할 이유가 되지 않죠.”

미 공군기지로 인한 람슈타인시의 연간 경제 효과
내용금액(달러)
미군기지 근무 독일인(6372명)의 연간 총소득2억4942만7263
미군의 연간 소비금액4억7516만191
미군이 독일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연간 용역 및 물품 구입액4억2378만5365
미군 주둔으로 발생하는 연간 간접 효과6억1127만2264
연간 총액17억5964만5083
캡션

하나우·기센=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연방은 토지매각, 지방은 개발계획”

“미군 공여지 개발 계획 수립은 전적으로 지방정부의 소관입니다. 연방정부는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만큼 공여지를 제공할 뿐이죠.”

연방정부 소유의 부동산을 관리하는 독일 연방토지관리청 디르크 퀴나우(사진) 청장은 반환 미군 공여지 개발과 관련해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을 이같이 설명했다.

독일정부는 통일되던 1990년까지 미군에 9억4300만 m²의 공여지를 제공했다. 이후 미군 기지가 축소되면서 2006년 말까지 3억1600만 m²를 반환받아 해당 지역에 필요한 시설로 개발하고 있다.

퀴나우 청장은 “관리청은 공여지 개발계획에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미군 주둔에 따른 보상 차원의 지원은 하지 않는다”며 “평가된 가격대로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에 공여지를 매각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가 분명한 독일은 연방정부가 토지 매각을, 지방정부가 개발계획을 맡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한다.

퀴나우 청장은 “한국처럼 독일에서도 반환 공여지의 토양 오염이 발견되곤 한다”면서 “원칙적으로 미군이 책임지며 경우에 따라 개발 주체가 분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독일 내 모든 반환 미군 기지에 대한 오염 복구 책임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협약에 따라 미군이 지며 철수 이후 오염 사실이 확인되면 독일 정부가 치유하되 비용을 미군이 부담한다는 것.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있던 라인마인 공군기지가 이전할 때는 수익자가 오염 치유 책임을 분담했다.

미군이 낸 돈으로도 치유가 끝나지 않으면 기지 이전으로 혜택을 입는 공항공사가 미군의 부담금과 같은 액수를 맡는다. 미군과 공항공사의 비용으로도 치유하지 못한 부분은 연방정부가 책임지고 치유한다.

미군에 원칙적인 복구 책임을 지우면서도 원활한 개발을 위해서는 개발 수혜자와 정부가 복구비용을 분담하는 현실론을 택한 셈이다.

퀴나우 청장은 “미군뿐 아니라 독일군과 벨기에군도 독일 영토 내의 기지 오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개발과 오염 치유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지켜 반환 공여지 개발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본=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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