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 인가 대학 25곳의 명단과 배정 인원이 알려지면서 탈락 대학은 물론 선정 대학까지 모두 불만을 표시하는 등 ‘로스쿨 후유증’이 확산되고 있다.
탈락 대학에서는 동문회 등에서 총장 책임론을 제기하고, 지역사회도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우려하며 술렁이고 있다.
조선대와 청주대는 각각 400명, 300명의 교수와 직원이 31일 상경해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발이 예상보다 커지자 교육인적자원부는 법학교육위원회 잠정안에서 일부 대학의 정원을 조정하는 등 30일 밤새 고심을 거듭했다.
교육부는 서울 일부 대학의 정원을 줄여 수도권 대학에 더 배분하는 방안 등 막판 조정을 검토한 뒤 청와대와의 논의를 거쳐 31일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법학교육위의 심의안은 정부의 최종안이 아니므로 내부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25개 선정 대학은 바뀌지 않겠지만 학교별 정원은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교육위 답변에서 “보고안을 크게 수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120명을 배정받은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나 100명을 받은 한양대 이화여대는 물론 40명씩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상위권 대학도 정원이 너무 적어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법대 관계자는 “정원이 너무 적어 법학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새 정부가 틀을 새로 짜고 총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홍복기 법대 학장은 “총정원을 제한하고 대학별로 정원을 쪼개다 보니 로스쿨이 영세해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말했다.
수도권 중상위권 대학들은 “교육 여건이나 사법시험 합격자 실적 등이 지방 거점 국립대보다 우수한데도 비수도권 정원 할당 때문에 역차별을 당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 대학들은 40명으로 로스쿨을 운영할 경우 연간 5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16개 탈락 대학들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선정 결과를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투자를 가장 많이 한 조선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경상대도 “인구 320만 명의 경남에 한 곳도 선정이 안 됐다”며 재조정을 요구했다.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법학교육위의 인가 과정이나 정원 배분 기준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교육부 장관은 법학교육위에 재심의를 요청하고 결과 발표를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탈락 대학들은 심의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교육부의 최종안에 대한 행정소송, 평가내용 정보공개 신청 등을 진행하는 한편 정원을 적게 받은 대학과 연대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사무총장인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예비 인가 결과를 그대로 발표하면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낼 것”이라며 “수도권과 지방의 3개 대학은 이미 법률 검토를 시작했고 예비 인가에서 탈락한 대학을 중심으로 10여 개 대학이 비대위 회의에 결정을 위임했다”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