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추가 선정 - 정원 조정땐 후폭풍 감당 못해”
최종 결정은 법률상 교육부 장관 권한… 논란 증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선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정면충돌하면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지정 문제가 새로운 양상을 맞고 있다. 교육부는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의 결과가 타당하다며 그대로 수용하려 하는 반면 청와대는 경남 지역에 추가 배정할 뜻임을 강조하고 나서 4일 발표될 최종 예비인가 대학이 법학교육위의 안과 달라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종 결정권은 어디에=교육부와 청와대가 엇박자를 보이면서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의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로스쿨 설치 인가 권한을 교육부 장관에게 두고 있다. 법학교육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인가 권한은 교육부 장관의 몫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교육부의 방침에 제동을 거는 것이 법리적으로 타당한가 하는 논란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교육부는 “최종 결정 권한은 교육부 장관에게 있고, 교육부 장관은 행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청와대와 정책 협의를 할 수 있다”는 데에는 견해가 일치한다.
고려대 김연태(법학) 교수는 “의무는 아니지만 장관은 정치적, 포괄적인 의미로 대통령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최종 발표는 교육부 장관의 명의로 하지만 확정에 이르기까지 청와대와의 조율은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문제는 법조인 배출 실적 등 객관적인 평가자료보다는 참여정부의 국정철학인 ‘지역균형’ 원칙을 지나치게 앞세워 다른 대학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불합리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브레이크 왜=28일 법학교육위의 안을 보고 받은 청와대는 총입학정원의 43%만 지방대에 배정된 것뿐만 아니라 경남지역의 대학이 빠진 것을 특히 불만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가 당초 31일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발표하려다 이를 4일로 갑자기 연기한 것도 청와대의 압박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경남에서는 진주 경상대와 양산 영산대가 로스쿨 유치를 신청했으나 모두 탈락해 해당 대학은 물론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청와대는 당초 1개 광역단체에 최소한 1개교를 배정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인구 306만 명의 경남이 빠지는 것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전남은 로스쿨을 신청한 곳이 없고 충남과 대전은 생활권이 밀접한 데다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에 포함된 충남대는 충분한 지역대표성을 갖고 있다”며 경남지역 추가 선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학교육위를 통해 로스쿨 예비인가를 받은 대학들은 청와대가 경남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경상대를 추가하라’는 표적 지시라고 주장했다.
경상대가 추가될 경우 정원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한 지방대 관계자는 “경남이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인 데다 퇴임 후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지방대 배정에 정치 요소가 너무 개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안 전망은=청와대의 뜻대로 경상대를 추가 배정하려면 지방대 정원의 재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총정원 2000명을 늘릴 수가 없고, 서울권역 대학들의 역차별 반발이 워낙 거세 이들 대학의 정원을 줄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로스쿨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입법예고 단계까지는 지역안배 내용을 넣지 않았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균형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후 뒤늦게 이를 설치인가 고려 사항으로 한 조항을 신설했다.
이처럼 청와대의 의중을 충실히 따라온 교육부가 이례적으로 청와대와의 정면충돌을 불사하고 원안 고수 방침을 밝힘에 따라 청와대의 의도대로 수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특히 법학교육위가 서류심사와 현지조사를 거쳐 모든 항목의 점수를 산출해 놓았는데 교육부가 이를 수정했다가 정보공개청구나 행정소송에 휘말리면 후유증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추가 지정을 위해 다른 대학의 정원을 차출할 경우 피해 대학이 반발할 것이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반발에는 참여정부 내내 청와대가 ‘코드 정책’을 강조함에 따라 교육부가 국민에게서 극심한 불신을 받아온 것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 심사 결과마저 교육부의 손으로 고치라는 청와대의 압력을 받아들일 경우 로스쿨 정책 실패의 책임을 교육부가 다 뒤집어쓸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다만 청와대가 최종 발표까지 정책협의를 하겠다고 강조하고 최종안에 청와대의 구상을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최종안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