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슬아 혜진아 돌아와” 눈물의 개학식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우리 개학했는데… 혜진아 예슬아 어디 있니”개학을 했지만 두 어린이는 보이지 않았다. 혜진이(10) 예슬이(8)가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다. 친구들은 하루 빨리,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성껏 담은 엽서를 빈 책상에 올려 놓았다. 31일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이혜진 양이 공부하던 교실. 안양=연합뉴스
“우리 개학했는데… 혜진아 예슬아 어디 있니”
개학을 했지만 두 어린이는 보이지 않았다. 혜진이(10) 예슬이(8)가 사라진 지 한 달이 넘었다. 친구들은 하루 빨리,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성껏 담은 엽서를 빈 책상에 올려 놓았다. 31일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이혜진 양이 공부하던 교실. 안양=연합뉴스
안양 명학초등학교 어린이들 ‘노란 엽서’ 호소

“아는 사람 차도 타지 말고, 모르는 사람이 길을 물으면 직접 안내하지 말고, 혼자 산에 가지 말고….”

31일 오전 경기 안양시 명학초등학교 강당. 개학을 맞아 학생들에게 당부의 글을 읽던 이윤형(61) 교장의 목소리가 떨렸다.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에 돌아올 줄 알았던 이 학교 학생 우예슬(8) 이혜진(10) 양이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내년 2월 정년퇴직한다. 2005년 부임한 이 교장은 이 학교에서 40여 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게 된다.

다행히 교직 생활 내내 별다른 사고도 없었고 교육청 평가에서 상까지 받았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두 아이의 실종사건으로 이 교장의 마음은 찢어질 듯하다.

그는 “좋은 선생님과 착한 아이들을 만나서 늘 복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을 잃어버렸으니…. 내가 복이 없어서 이렇게 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 교장은 “두 아이를 데려간 범인은 가족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이 얼마나 가슴 아파하는지 헤아려 봤느냐”고 호소했다.

두 어린이의 같은 반 학생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는 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썼다.

예슬 양의 단짝 친구였던 유지은(8) 양은 노란 엽서에 ‘예슬아, 이 추위에 어디 있는 거니. 예슬아, 빨리 돌아와서 우리 다시 활기차게 지내자’고 썼다. 수신인에는 ‘제일 친한 친구 예슬이에게’라고 적었다.

혜진 양의 짝이었던 이원준(10) 군은 “두 달 동안 혜진이랑 짝꿍이었는데…. 혜진이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안양=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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