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설을 1주일 앞두고 오랜만에 ‘장터처럼’ 북적였다. 어물전은 손님과 상인 간의 흥정으로 시끌벅적했고 옷가게 주인은 수북이 쌓인 옷을 들어 보이며 ‘싸게 판다’고 목청을 높였다.
양동시장역은 ‘서민역’이다. 광주의 최대 상설재래시장인 양동시장과 복개상가를 끼고 있어 365일 활기가 넘친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이 역은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하다.
○“재래시장 차별화” 상인들 똘똘 뭉쳐
갈대밭이 있었던 양동은 광복 이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어질게 살라’는 뜻에서 ‘양동(良洞)’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2일과 7일 등에만 장이 서는 5일장이었다가 1948년부터 상설시장이 됐다.
여느 재래시장처럼 양동시장도 대형마트와 소비 패턴 변화로 옛 명성을 잃어 가고 있다. 날로 기울어 가는 시장을 살리기 위해 상인들은 ‘감사 세일’과 ‘상호실명제’를 도입하고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양동시장 상인회는 지난해 9월 시장이 생긴 이후 처음으로 ‘한가위 세일 행사’와 지난해 12월 ‘양동시장 2007 연말 고객 사은 행사’를 열었다.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주인 이름, 연락처 등을 가게 간판에 명기하는 상호실명제에 300여 입주업체가 모두 참여하고 있다.
김영호(51) 양동시장 상인회장은 “‘책임지고 싸게 판다’는 서비스 정신으로 상인 모두가 똘똘 뭉쳤다”며 “차별화 전략으로 재래시장 부활의 모범 사례가 되겠다”고 말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는 양동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에스컬레이터 6대를 11월 말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최병남(64) 역장은 “양동시장 리모델링 이후 지하철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에스컬레이터가 놓이면 시장 오가기가 편해져 유동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골 장터에서 먹던 바로 그 맛
장터 하면 국밥이 떠오른다. 시장 사람들의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 기름지고 푸짐한 국밥만 한 것이 없다.
2번 출구 쪽 시장 입구에 있는 모아분식(365-2157), 중앙분식(366-8815), 하나분식(364-1778)은 분식 간판을 내걸었지만 4000원짜리 내장국밥, 선지국밥, 순대국밥 등을 파는 국밥집이다. 콩나물에 들깨가 듬뿍 들어간 국밥은 얼큰하면서도 개운하다.
박세현(68·광산구 임곡동) 씨는 “시골 장터에서 먹던 그 맛이 생각나 시내에 나올 일이 있으면 시장 국밥집에 들러 한 그릇을 비우고 간다”고 말했다.
2번 출구에 있는 양동콩물(367-2683)은 맛도 좋고 값도 싸 시장 사람들에게 인기다. 걸쭉한 추어탕(3500원)과 수제비(3000원), 칼국수(3000원)가 주 메뉴.
월산동 로터리에 있는 별미해장국(361-0558)은 뼈해장국(5000원)으로 유명하다. 매일 사온 암퇘지 등뼈를 서너 시간 푹 곤 뒤 시래기를 넣는다. 집에서 담근 장으로 간을 맞추는데 구수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
1970년 초 문을 연 양동시장의 양동통닭(364-5410)과 수일통닭(369-8916)은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통닭집으로 대를 이어 장사를 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