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태안의 따뜻한 동행’은 계속 된다

  • 입력 2008년 2월 1일 07시 32분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군에는 기념행사를 기름제거 작업으로 대신하거나 사회적 도움을 자원봉사로 되갚는 등의 감동적인 행렬이 잇따르고 있다.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관장 김진호) 단원(한국무용)인 서경희(31) 씨는 아들 현우 군의 돌잔치를 대신해 지난달 26일 태안군 소원면 천리포해수욕장에서 방제 봉사활동을 벌였다. 남편인 충남석유 대표 황선길(34) 씨와 황 씨의 친구 3명 등 모두 5명이 이날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서 씨 부부는 잔치 비용으로 쓰려 했던 100만 원으로 800인분의 수수팥떡과 백설기를 만들어 주변의 자원봉사자들에게 돌렸다.

서 씨는 “미리부터 아들의 돌잔치 대신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 선물을 전달하려고 했으나 돌을 앞두고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해 태안군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또 작고한 이종근 종근당 창업주가 설립한 장학재단인 고촌재단(이사장 김두현)의 장학생과 재단 임직원 등 60명은 29일 소원면 천리포해수욕장을 찾아 하루 종일 기름 제거 봉사활동을 벌였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재단 장학생 설재윤(서울대 약학과 4학년) 씨는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고촌재단의 이념처럼 나도 장학금 수혜를 태안 주민들을 돕는 것으로 갚고 싶었다”고 말했다.

법무부 산하 홍성보호관찰소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직후인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사회봉사명령대상자 220명과 직원 30명을 방제 작업에 투입했다.

사회봉사명령대상자 박모(48) 씨는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하루바삐 피해가 복구돼 주민들이 생업에 복귀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산시의 한서대 어학연수원생 20여 명도 28일 태안 앞바다 기름 제거작업에 나서 ‘국경 없는 봉사활동’의 모습을 보여 줬다.

국제적십자사 장학생으로 연수 중 봉사활동에 참여한 러시아 국적의 데니스 구자노프 씨는 “봉사활동이 곧 적십자사의 인도주의 정신 아니냐”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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