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경험 강의에 활용 가능”
“이제 새 학기 강의를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4월에 총선이 있으니 다음 달에 수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요?”
지방 국립대의 한 교수는 이번 총선에도 어김없이 교수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학기 초부터 대학가의 분위기가 흐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 K대 김진희(여) 씨도 “또 어김없이 ‘폴리페서’들이 등장한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거에 나선 교수들은 대부분 사표를 내지 않고 휴직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정치 활동을 하다가 나중에 다시 대학으로 돌아오겠다는 계산이다.
연세대 이모 교수는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명지대로 돌아가려 했던 것은 교수가 공직에 진출할 때 휴직이 가능한 교육공무원법 때문”이라며 “법을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N고 유명진 교사는 “교사는 교육위원에 출마하려고 해도 교직을 떠나야 하는데 교수들에게만 ‘특혜’를 주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수도권 대학의 한 학생은 “대개 정치에 뜻이 있는 교수들은 평소에도 강의 태도가 불성실한데, 이들이 총선에까지 나간다면 심각한 수업 공백이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 지역에서 한나라당 예비 후보로 등록했던 한 교수는 동료 교수와 학생들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마음을 바꿨다.
부산대 정외과 이철수 교수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교수들도 조심스러워지는 등 4년 전에 비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국대 강명헌 상경대학장은 “교수의 정계 진출은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몇몇 대학 관계자들은 교수가 공직에 나가면 제자들을 이끌어 줄 수 있고 나중에 공직 경험을 강의에 활용할 수도 있어 학생들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