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적격성 시비… 매각 원천무효 될수도
‘헐값 매각’ 판결때까지 매각협상 표류할 듯
법원이 1일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 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외환은행의 운명이 미로로 빠져들었다.
론스타는 지난해 9월 외환은행 보유 지분 전체(51.02%)를 HSBC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4월 말까지 계약을 이행하기로 했지만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합병 비용 줄이려 주가조작”
론스타는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총 2조1548억 원에 인수해 2006년 6월 국민은행에 6조3346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에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임원, 정부 관료 등과 결탁해 부실 은행처럼 포장해 헐값에 사들였다”는 주장이 제기돼 ‘헐값 매각 소송’이 시작됐다.
이후 신용카드 연체 사태로 옛 외환카드가 부실해지자 외환은행이 100% 자회사인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합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감자(減資)설을 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렸다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소송’도 이어졌다. 소송이 겹치자 국민은행은 인수를 포기했다.
이날 1심 판결이 난 소송은 이 중 외환카드 주가조작 관련 소송이다.
○재판부 “론스타 고의로 감자설 유포”
론스타 측은 “카드사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감자설을 유포한 것이 아니며 감자를 심각히 고려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현실적으로 감자가 어려웠으며 론스타 측이 이를 알고도 허위로 감자설을 퍼뜨린 것으로 이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론스타의 엘리스 쇼트 부회장과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와 함께 주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과 이 은행 대주주인 LSF-KEB홀딩스SCA에도 벌금형을 선고했다.
LSF-KEB홀딩스SCA에 대한 벌금형 선고는 은행 대주주로서의 적격성 문제로 연결된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금융 주력자’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감위는 적격성에 문제가 있는 주주에 대해 초과 지분을 6개월 안에 처분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외환은행 매각은 장기화할 듯
하지만 ‘보유 지분 매각 명령’은 론스타가 보유 지분을 팔고 떠나는 길을 열어주는 셈이어서 금융 당국이 선택하기 힘든 카드다. 외환은행 문제와 관련한 ‘핵심 소송’인 헐값 매각 소송 1심도 아직 진행되고 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원천무효가 될 수도 있다.
론스타 측이 지난해 HSBC와 다시 맺은 매각 계약은 올해 4월 말까지만 구속력을 갖는 것이어서 이후에는 어느 쪽이든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또 그사이 외환은행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재협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론스타가 지난해 시장에서 지분 13.6%를 팔아치운 것처럼 지분을 분할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론스타는 이미 지분 매각과 1일 당기순익의 47% 배당 등 두 차례의 대량 배당으로 투자 원금의 약 75.3%에 이르는 1조6234억 원(세후 기준)을 회수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