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안가려고 어깨 뺀 축구선수들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45분


고의로 어깨를 탈구해 병역을 회피하다 적발된 축구선수 등이 어깨를 늘어뜨려 뼈마디를 어긋나게 하기 위해 사용했다 검찰에 압수된 아령들. 연합뉴스
고의로 어깨를 탈구해 병역을 회피하다 적발된 축구선수 등이 어깨를 늘어뜨려 뼈마디를 어긋나게 하기 위해 사용했다 검찰에 압수된 아령들. 연합뉴스
아령으로 수개월 ‘탈구운동’ 뒤 수술… 프로선수 등 92명 적발

고의로 어깨를 탈구하는 방법 등으로 군 복무를 회피해 온 프로축구 선수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오광수)는 2006년 7월∼2007년 9월 고의로 어깨를 탈구한 병역의무자 92명에게 수술을 해 준 뒤 이들이 공익근무요원 대상이나 군 면제 판정을 받도록 한 혐의(병역법 위반)로 모 정형외과 원장 윤모 씨를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윤 씨는 수술비와 입원비 명목으로 1인당 200만∼300만 원씩 총 2억41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한 축구선수의 탈구 정도가 약하자 윤 씨는 직접 팔을 잡아당긴 상태에서 X선을 촬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윤 씨를 통해 병역 혜택을 받은 92명도 불구속 기소했으며 수사 결과를 병무청에 통보해 이들이 신체검사를 다시 받도록 할 방침이다. 병무청도 이들에 대해 전원 신체검사를 다시 실시해 병역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기소 대상자 중에는 프로축구 1부 리그인 K리그 전현직 선수 15명 등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가 65명이다. 대학 소속 선수와 전직 축구선수도 포함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축구선수는 어깨 탈구를 위해 한쪽 손으로 10kg 안팎의 아령을 들고 통증을 느낄 때까지 아래로 세게 내려치는 방법을 2, 3개월 동안 반복했다. 군 입대가 임박해 급하게 어깨를 탈구해야 할 때는 의자에 앉은 상태로 동료 선수들이 뒤에서 발로 어깨를 밟게 해 어깨 관절순(關節脣)을 찢기도 했다는 것.

어깨 수술 후 다시 탈구되거나 재수술을 받으면 군 면제가 돼 일부 선수는 1차 어깨 탈구로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은 뒤 2차로 어깨를 다시 탈구하거나 수술을 받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군 복무로 운동을 중단하면 선수생활 때 단련된 근육이 풀려 이후 선수생활 등에 지장을 받게 돼 일부 선수가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제영)는 병역 상담 사이트를 인터넷에 개설한 뒤 현역 입영 대상자들에게 고혈압 환자로 위장해 병역을 면제받는 방법을 알려준 혐의(병역법 위반)로 병무 브로커 김모(26·대학생) 씨 등 3명을 최근 구속 기소했다.

병역 브로커에게 350만∼500만 원을 주고 공익근무요원 판정이나 병역 면제 판정을 받은 박모(26·대학생) 씨 등 17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병무청은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병역 의무자 17명의 애초 병역 처분을 취소하고 정밀신체검사를 실시해 결과에 따라 병역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라며 “병역 면제 기준이 강화돼 특정 신체 부위에 힘을 주는 수법으로 병역을 면제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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