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1
제시문 (가)∼(라)를 통치 원리에 따라 둘로 분류하고, 같은 원리를 담고 있는 제시문끼리 묶어서 요약하시오 (350∼450자, 20점)
(가) 걸왕과 주왕은 어찌하여 천하를 잃었고, 탕왕과 무왕은 어찌하여 천하를 얻었는가? 그것은 바로 걸왕과 주왕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잘하였고, 탕왕과 무왕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잘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사기와 쟁탈, 탐욕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이란 무엇인가? 예의와 사양, 충신(忠信)이다. 지금 군주들은 자신을 탕왕과 무왕에 비유하며 그들과 나란히 하고자 한다. 그러나 나라를 통치하는 방법은 걸왕이나 주왕과 다를 바가 없으면서 탕왕이나 무왕과 같은 공적과 명성을 추구하니 어찌 가능하겠는가? 사람에게는 생명보다 귀중한 것이 없고, 평안보다 즐거운 것이 없다. 생명을 기르고 평안을 즐기는 방법으로는 예의보다 나은 것이 없다. 사람이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평안을 즐기고자 하면서도 예의를 버린다면, 이는 오래 살고 싶어 하면서 스스로 목을 베는 것과 같다.
(나) 매와 채찍으로 때리고 재갈을 물리지 않으면 조보(造父)*라 할지라도 말을 몰 수 없다. 곱자와 그림쇠를 쓰지 않고 먹줄을 긋지 않으면 왕이(王爾)**라 할지라도 네모와 원을 그릴 수 없다. 위엄 서린 권세와 상벌을 정한 법이 없으면 요순(堯舜)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다스릴 수 없다. 견고한 수레와 좋은 말을 타면 험한 고갯길도 올라갈 수 있고, 편안한 배를 타고 좋은 노를 저으면 큰 강도 건널 수 있다. 법술(法術)이라는 방책을 쥐고, 벌을 무겁게 하고 사형을 엄히 행하면 패왕(覇王)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다. 나라를 다스리면서 법술과 상벌을 갖추는 것은 견고한 수레와 좋은 말이 있고 날렵한 배와 편리한 노가 있는 것과 같으니, 이것에 의지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다) 화폐를 널리 유통시켜도 백성의 살림이 넉넉지 못한 것은 물자가 한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수입을 헤아리고 지출을 조절해도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곡식이 한 곳에 쌓이기 때문이다. 영리한 사람은 백 사람의 수입을 올리고 어리석은 사람은 본전도 찾지 못하니, 군주가 조절하지 않으면 반드시 백성 중에 상대를 해치는 부자가 생긴다. 이것이 어떤 사람은 백 년 먹을 양식을 쌓아두고, 어떤 사람은 술지게미나 쌀겨조차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이유이다. 백성이 너무 부유하면 녹봉을 주어도 부릴 수 없고, 백성이 너무 강하면 위엄을 세우거나 형벌을 가할 수가 없다. 쌓인 것을 흩고 이익을 고르게 하지 않으면 균등해질 수 없다. 그러므로 군주가 식량을 비축하여 재정을 확보하고, 남는 것을 제어하여 부족함을 보충하며, 과도한 이문을 금하여 부당한 욕심을 막아야, 집집마다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하게 될 것이다.
(라) 옛날에는 덕을 귀하게 여기고 이익을 천하게 여겼으며, 의를 중하게 여기고 재물을 가볍게 여겼다. 삼왕(三王)이 다스리던 때라 해도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했지만, 쇠하면 떠받쳤고 기울면 바로잡았다. 그래서 하(夏)는 진실했고 은(殷)은 경건했으며 주(周)는 문아(文雅)했으니, 상서(庠序)*** 의 교육과 공경하고 사양하는 예(禮)가 찬연하여 참으로 볼만했다. 후대에 이르러 예의가 무너지고 미풍이 사라져 녹봉 받는 관리부터 의를 어기고 재물 모으기에 급급하니, 큰 자가 작은 자를 삼키고 서로 격렬히 다투어 넘어뜨리게 되었다. 이에 어떤 사람은 백 년 먹을 양식을 쌓아 두고, 어떤 사람은 배를 채울 수도 몸을 가릴 수도 없게 되었다. 옛날에 관리는 농사를 짓지 않았고 사냥꾼은 고기잡이를 하지 않았으며, 수문장이나 야경꾼도 모두 일정한 수입이 있어서 두 가지 이익을 취하지 않고 재물을 독차지하지 않았다. 옛날처럼 하면 우둔한 자와 영리한 자의 수입이 고르게 되어 서로 상대방을 쓰러뜨리지 않게 된다.
* 조보: 옛날에 말을 잘 몰았던 사람의 이름.
** 왕이: 옛날에 솜씨가 매우 뛰어났던 장인의 이름.
*** 상서: 은(殷), 주(周)의 교육 기관.
[해설]
통치 원리를 중심으로 볼 때, 제시문 (가)와 (라), 제시문 (나)와 (다)로 묶을 수 있다. 전자는 군주가 예로 다스리면 나라가 평안해지며, 모든 사람이 고루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유가의 통치 이념인 왕도 정치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후자는 군주가 법술과 상술로 통치할 때 나라가 견고해지고 평안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법가의 통치 이념으로서 패도 정치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이한 통치 원리의 이면에는 인간에 대한 상이한 이해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통치 원리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는 현대 사회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개개인의 자율성과 국가의 규율성, 자유주의와 간섭주의 사이의 갈등 이면에도 인간에 대한 상이한 이해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2
제시문 (가)와 (나)를 활용하여, 시민의 재판 참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건>에 맞게 논술하시오 (1200∼1500자, 50점).
〈조 건〉
1. 제시문 (가)와 (나)에서 시민의 재판 참여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의 논거를 이끌어 낼 것.
2. 이 논거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할 것.
* 시민의 재판 참여: 일반 시민이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유·무죄나 형량 등에 관한 사법적 판단에 참여하는 것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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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우리가 지금까지 자세히 기술한 이 나라는 정말 지혜로운 나라로 내게는 생각되네. 그건 이 나라가 분별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이것, 즉 분별력은 일종의 지식인 것이 분명하네. 사람들이 분별 있게 되는 것은 무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식에 의해서라는 게 확실하기 때문일세.”
“그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온갖 종류의 많은 지식이 있네.”
“어찌 없겠습니까?”
“그러면 이 나라가 지혜롭고 분별 있는 나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목수들의 지식으로 인해서인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으로 인해서는 목수 일에 밝은 나라로 불릴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 나라가 지혜로운 나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목재 용구들에 대한 지식, 즉 어떻게 하면 이것들을 가장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분별하고 숙고하는 지식 덕분은 아닐세.”
“분명히 아닙니다.”
“그러면, 다음은 어떤가? 청동으로 만든 물건에 관한 지식이나 또는 이런 유의 것들에 관한 다른 어떤 지식 덕분인가?”
“그런 유의 어떤 것으로 인해서도 아닙니다.”
“흙에서 나는 생산물에 관한 지식 때문도 아닐 것이니, 이로 인해서는 농사에 밝은 나라로 불릴 뿐이네.”
“제게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어떤가? 이제 막 건립된 이 나라에 사는 시민들 중에 이런 지식을 가진 계층이 있겠는가? 이 나라의 어떤 부분에 관련해서가 아니라, 이 나라 전체와 관련해서 어떻게 하면이 나라가 자기 자신을, 그리고 다른 나라들을 가장 훌륭하게 다룰 수 있을지 분별하고 숙고하는 그런 지식 말일세.”
“물론 있습니다.”
“그건 무엇이며, 누구에게 있는가?”
“그건 수호(守護)와 관련한 지식이며, 우리가 방금 ‘완벽한 수호자들’로 불렀던 그 지도자들에게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지식이 있는 나라를 자네는 뭐라 부르겠는가?”
“분별 있고 참으로 지혜로운 나라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면 자네는 이 나라에 대장장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아니면 참된 수호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대장장이들이 훨씬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식을 지니고 있기에 어떤 분야의 전문가로 부를 수 있는 사람들 중에서 수호자들이 제일 적지 않겠는가?”
“제일 적습니다.”
“그러니까 본성에 맞게 건립된 나라 전체가 지혜롭게 되는 것은 나라의 가장 작은 부류나 계층, 그리고 이 지도적 계층 안에 있는 지식 덕분이네. 이 계층은 자연히 가장 적게 될 것이며, 모든 지식 중에서 유일하게 지혜라 불릴 만한 지식을 가지는 것이 마땅하네.”
“더 없이 진실한 말씀입니다.”
(나) 일상적 지식은 상식, 일상적 체험, 사려 깊은 숙고와 분석에 기반하고 있다. 민간 지식도 일상적 지식의 한 범주이다. 민간 지식이란 개념은 농민들의 토양에 관한 친숙성에서부터 아프리카 원주민의 사냥술, 토착민들의 식물에 관한 지식, 학교 운동장에서 하는 농구의 규칙과 전략에 이르기까지 인간 활동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민간 지식은 모든 사회에 존재하는 과학적, 전문적, 지적 엘리트들을 규정하는 공식적인 또는 특화된 지식에 대비되는, 비공식적이고 대중적인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지식은 텍스트 형태로 기록되기보다는 흔히 구술 형태로 전승되어 비공식 부문에 체계적으로 남아 있다. 반대로 공식적, 과학적 지식은 기록된 텍스트 형태로 조직되어 전달된다. 과학은 자신의 지식을 그것이 생산된 문화로부터 이론적으로 분리하고자 하는 반면, 민간 지식은 그것이 생산된 구체적 문화와 태생적으로 결합되고 그 문화의 내부에서 해석된다.
현대 사회가 과학과 기술의 경이로움에 빠져 있는 동안 민간 지식은 오랫동안 무시되어 왔다. 공식적, 과학적 지식은 민간 지식의 한계를 뛰어넘도록 고안된 우월한 지식 형태라고 널리 정의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학적 지식의 정통성은 공식적으로는, 보통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일상적 지식과의 인식론적 차별화에 의존한다. 그간 수많은 영역에서 민간 지식을 더 진보된과학적, 기술적 지식들로 대체하는 것을 명시적인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한 가지 기이한 것은, 근대 과학과 기술의 많은 부분이 전통적 지식의 토대 위에서 발전해 왔다는 점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종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간은 생존 투쟁을 도와줄 좀 더 효과적인 도구와 수단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다. 산업 혁명에 앞서 등장했던 기술적 발명들의 주요 목록을 떠올려 보자. 불, 바퀴, 역법, 직조 기술, 도자기, 농사, 산술, 기하학, 천문학, 항해술, 제련 기술, 화약, 고무, 톱니바퀴, 활자, 종이와 인쇄술, 그리고 건축과 도시 계획 등은 근대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종교와 철학, 국가와 행정 체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예외가 아니었다.
민간 지식은 고유한 인식론적 지위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경험적인 분석과 규범적인 분석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해설]
제시문 (가)는 소수의 지도적 계층만이 지혜라 불릴 수 있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제시문 (나)는 구체적인 문화와 결합된 민간 지식이 경험적인 분석과 규범적인 분석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각기 ‘시민의 재판 참여’에 대한 반대 논거와 찬성 논거로 쓰일 수 있다.
이를 논거로 자신의 견해를 쓰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논거들에 대한 평가를 포함”하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자신의 견해를 펼칠 때, 자신의 견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논거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상대편 입장의 논거가 갖는 장점을 인정하면서 그 한계를 지적하고 자신의 논거가 그 점에서 왜 대안이 될 수 있는지 또한 그러면서도 어떤 한계가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조 순
現PLS 언어이해·논술 대표강사
前대입 언어논술 강사
前한신대 및 동 대학원 연구교수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철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