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올해 수시모집 논술 고사를 준비하는 수험생은 논술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이전의 수시 논술 문제를 참고하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논술 가이드라인’은 논술이 본고사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2005년 8월 교육인적자원부가 금지한 논술 문제유형 4가지를 말한다. △단답형이나 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풀이과정이나 정답을 묻는 문제 △외국어로 된 제시문을 번역·해석하는 문제가 논술 가이드라인에서 출제를 금한 문제유형이다.
그러나 새 정부의 대학 자율화 정책으로 이 같은 규제가 유명무실해져 앞으로는 각 대학이 이와 동일한 형태의 논술 문제를 다시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학년도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의 정시논술 자연계 문제는 이미 논술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형태로 출제됐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서울대는 극한과 함수, 체지방률, 복사에너지 등 구체적인 수치를 구하라는 문제를, 고려대는 전구에서 방출되는 에너지의 총합을 구하라는 문제를, 연세대는 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한 후 기름이 육지에 도달하는 시간을 계산하라는 문제를 각각 출제했다. 제시문이 주어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정답이 정해져 있고 풀이 과정도 분명해서 논술 가이드라인에서 금지한 ‘풀이형 문제’에 가까웠다.
이처럼 단답형, 선다형, 수학·과학 풀이형 문제를 내면 비교적 정답이 뚜렷해 채점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이 자연계논술에서 이런 유형의 문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또 영어 제시문을 출제하면 외국어 실력이 우수한 학생을 선별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05학년도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경희대 동국대의 수시 기출문제를 통해 논술 가이드라인이 금지한 문제유형을 살펴보자. ▶표 참조
4가지 문제유형 중 △단답형·선다형 문제 △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수학·과학 풀이형 문제는 자연계에서만 출제됐다. 모두 정답이 있는 문제로, 한 줄에서 서너 줄 정도의 짧은 답안을 요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수학·과학 개념과 공식을 충분히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문제다. 예를 들어 제시문에서 해당 개념의 특성을 설명하고 어떤 개념을 설명한 것인지 맞추게 하거나, 제시문의 공식을 실제로 적용해서 풀어보는 형식의 문제가 나왔다. 수식이나 반응식처럼 풀이 과정을 고스란히 쓰게 한 문제도 있었다.
영어 제시문은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출제됐다. 인문계의 경우 제시문이 2∼4개라면 이 중 절반 이상이 영어 제시문으로 출제됐다. 대체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 영역보다 어려운 수준의 제시문이 나왔으며, 주로 시사적인 주제가 많았다. 분량은 300∼800단어인데 2, 3개 문제가 나온다면 대개 1번 문제는 제시문의 내용을 번역·요약하는 문제였고 2, 3번 문제는 한글로 된 제시문과 영어로 된 제시문을 서로 연관시켜 공통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형식의 문제였다. 자연계의 경우, 제시문의 수는 2∼10개로 대학마다 달랐지만 대부분 영어로 출제됐다.
일부 대학이 정시논술을 폐지하거나 인문계에서만 논술시험을 치르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수시 모집에서는 논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지 않으리라는 것이 입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구체적인 대학별·전형별 반영비율과 출제방향은 각 대학이 입장을 발표하는 2월, 늦어도 3월까지는 기다려 봐야 알 수 있다.
장필규 대성학원 논술팀장은 “수험생은 논술 가이드라인 이전의 수시 논술 형태를 살펴보고, 이후에 자신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발표에 주목해서 맞춤형 논술 대비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