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뛰어넘기]인재의 필수 요건인 의사소통능력

  • 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54분


기업이 원하는 인재의 3요소

인성-도구적 능력-의사소통능력

정보급변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능력

의사소통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학에서 의사소통 교육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여기에는 고등학교까지 논술 교육이 충분치 않았던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대학 교육에 대한 사회나 기업의 기대와 요구가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처럼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전문인(specialist)도 요구하지만, 다양한 기초능력을 갖춘 교양인(generalist)도 필요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갈수록 후자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학이 어떤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길 원하는지 묻자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을 원한다는 답변도 여전히 많았지만, 다음 세 가지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를 원한다는 답변이 아주 많았다고 합니다. 바로 인성, 도구적 능력, 의사소통능력입니다.

첫째, 인성은 능력이라는 개념과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좋은 인재가 갖춰야 할 기본입니다. 탁월한 인격까지는 아니라도 성실하면서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야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고 조직 내에서도 화합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대학에서는 인성 교육이 생각만큼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합니다. 이미 학생의 가치관과 품성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마다 교양 기초교육에서 인성 교육의 비중을 높이며 노력하지만 역시 인성은 가정교육을 통해 기초가 형성되어 청소년기에 거의 틀이 잡히는 것 같습니다.

둘째는 업무 수행에 필요한 도구적 능력입니다. 현재는 영어와 컴퓨터가 필수 요소입니다. 대학마다 영어와 컴퓨터가 필수과목이 된 지 오래입니다. 영어가 필수과목이 된 것은 세계화 때문이지요. 새 정부가 영어 몰입 교육을 주요 정책으로 내놓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영어에 ‘몰입’해야 하는지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화라는 현실을 거부할 수 없는 한, 영어 교육은 앞으로 대학에서도 더 강화될 것입니다. 물론 어떻게 강화될지 그 방식과 방향에 대해서는 반성이 필요합니다. 컴퓨터가 필수과목에 포함된 것은 정보화 때문입니다. 컴퓨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관련 과목은 앞으로 대학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뀔 가능성도 높습니다. 중고교 때 이미 상당한 능력을 갖춘 학생이 많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하는 야간자율학습에는 소극적이어도 집에 오면 스스로 ‘심야자율학습’을 통해 컴퓨터 활용 능력을 기르는 고등학생이 많기때문입니다.

셋째, 기업들이 이 세 가지 중에 실제적으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의사소통능력입니다. 의사소통능력은 말 잘하는 능력만 가리키는 것은 아닙니다. 소통의 내용이 중요하므로, 합리적 사고를 토대로 한 의사소통능력이 필요합니다. 앞서 말한 영어와 컴퓨터도 의사소통과 관련이 있습니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는 의사소통의 필수적 도구이고, 정보화시대에 의사소통은 상당 부분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도구와 망을 갖추어도 이를 활용할 의사소통능력 자체가 모자란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기업들은 의사소통능력에 소극적으로는 ‘지식적응력’, 적극적으로는 ‘지식생산력’이라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정보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지식의 유효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첨단 지식일수록 최첨단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짧아집니다. 그래서 기업 관점에서 보자면 잘 교육받은 인재를 뽑아도 3∼4년 지나면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시켜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의사소통능력의 가장 기초가 되는 능력은 바로 이해 능력입니다. 이해 능력이 있어야 새로운 정보를 쉽고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결국 의사소통능력은 지식 적응력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측에서는 필수적으로 이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식 생산력의 측면입니다. ‘신화창조’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성공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것이지요. 그런데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을 보면, 무한 경쟁 속에서 문제에 부딪혔을 경우 최고경영자(CEO) 혼자 해결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관련된 사원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들 머리를 맞대고 둘러앉아 토론하고 논의를 해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산출해 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토론하고 논의하는 과정 속에서 구성원의 창의력을 다 끌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점에서 의사소통능력은 지식생산력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처럼 최근에는 각 부문에서 인재를 뽑을 때 의사소통능력에 대한 평가가 필수 영역으로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 실태와 내용을 다음 회부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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