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사칭 모금 사기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2분


불시방문해 귀금속 등 기증 요구… 피해 잇달아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 씨가 집에 있을 때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40대 여성이 찾아 왔다.

‘재활용’과 ‘아름다운’이란 단어를 듣고 비영리 시민단체 ‘아름다운 가게’를 떠올린 김 씨는 설 연휴를 맞아 불우이웃을 도울 생각으로 헌 옷과 주방 용품을 내놓았다.

이 여성은 물품별 점수표를 보여주며 “기증의 답례로 아동용 도서 세트를 드리는데 점수가 부족하다”며 “14K 반지와 같은 귀금속은 없느냐”고 말했다.

김 씨는 손에 끼고 있던 반지와 책상 서랍에 넣어 둔 남편의 반지까지 내줬다. 나중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집을 찾아왔던 중년 여성은 ‘아름다운 가게’와 관련이 없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 씨도 지난해 11월 비슷한 일을 당했다.

오후에 집을 찾아온 30대 여성이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왔다”며 “헌 책을 기증하면 새 책으로 바꿔준다”고 말했다. 이 여성 역시 김 씨가 내놓은 헌 책의 양이 부족하다며 돌반지 등을 요구했다. 김 씨가 마지못해 돌반지 등 귀금속을 내놓자 ‘빼앗듯’ 가져가 버렸다.

불우 이웃을 돕는 단체에서 왔다며 귀금속 등을 요구하는 사기 사건은 연말연시를 맞아 더욱 극성을 부린다.

아름다운 가게는 △사전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기증 신청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시에 방문하고 △귀금속이나 쌀 등 특정 물품을 요구하거나 △기증에 대한 대가로 물품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전화(1577-1113)나 인터넷(www.beautifulstore.org)으로 신고하도록 당부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