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넘어 시뻘건 불길 치솟아… 순식간에 지붕 무너져

  • 입력 2008년 2월 11일 03시 03분


일요일 밤의 악몽10일 오후 8시 45분경 숭례문 2층 누각에서 발생한 불은 한 시간 만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0시 40분경 현판과 천장 사이에서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숭례문 지붕을 뒤덮기 시작했다. 김미옥 기자
일요일 밤의 악몽
10일 오후 8시 45분경 숭례문 2층 누각에서 발생한 불은 한 시간 만에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0시 40분경 현판과 천장 사이에서 불길이 다시 살아나며 숭례문 지붕을 뒤덮기 시작했다. 김미옥 기자

▲ 영상취재: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 긴박했던 화재 상황


처음엔 “대단치 않다” 밑에서 위로 물뿌려

11시경 “근접진화 필요” 구조물 해체 착수

목격자 “쇼핑백 든 50대 남성 계단 올라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후 8시 45분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민국 국보 1호 숭례문의 석축 위에 세워져 있는 2층짜리 목조 누각의 현판 아래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았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급히 소방 당국에 화재 사실을 신고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신고를 접수한 즉시 30여 대의 소방차를 긴급 출동시켰다.

경찰에 화재를 신고한 택시운전사 이모(44) 씨는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5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 쇼핑백을 들고 숭례문 옆 계단으로 올라갔다”며 “잠시 후 남대문에서 불꽃놀이를 하듯이 빨간 불꽃이 퍼져 나왔고 신고를 한 뒤 다시 보니 그 남자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이 씨는 “경찰이 그 남자를 쫓아가지 않아 내가 직접 차를 몰고 쫓아갔는데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8시 47분경. 숭례문에 설치돼 화재나 훼손, 도난을 파악해 알리는 무인경비시스템에도 이상을 알리는 적외선 신호가 감지됐다. 이 시스템을 관리하는 사설 업체인 KT 텔레캅 측도 10여 분 후 비슷한 시간에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가 숭례문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것은 이날 오후 8시 50분경. 현장 상황 파악에 나선 소방대원들은 누각 아랫부분에서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소방대원들은 일단 큰불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30여 대의 소방차는 고가사다리와 소방 호스 등을 이용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출동한 경찰은 소방 작업을 돕기 위해 인근 도로의 일부를 막고 차량을 통제했다.

소방 당국은 불길이 잡히는 듯하다고 판단해 화재 비상 2호를 이날 오후 10시 32분 한 단계 낮은 비상 3호로 낮췄다.

그러나 화마(火魔)는 처음 예상한 것처럼 쉽게 잡히지 않았다. 흰 연기가 현장을 다시 뒤덮었다.

소방 당국은 소방 호스만을 이용해서는 불을 끄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밑에서 소방 호스로만 물을 뿌려서는 완전 진화가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결국 소방 당국은 지붕 일부를 뜯어낼 수 있도록 문화재청에 요청했다. 위에서 직접 진화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 무렵 소방차 20여 대도 추가로 투입됐다.

10시 40분경에는 다 꺼진 것 같았던 현판과 지붕 천장 사이에서 불꽃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11시 10분경 불꽃이 난 지점까지 접근하기 어려워지자 소방관들은 진화 작업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톱과 도끼 등을 이용, 나무 구조물 등을 잘라냈다. 비슷한 시간에 현판을 잘라내던 중 현판이 떨어져 나갔다.

11시 반경 설계 도면을 보면서 정확한 발화 지점과 접근로를 찾으며 진화 작업을 벌였다.

결국 소방 당국은 11시 50분경 숭례문 지붕 해체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11일 0시경에 되살아난 불길은 오히려 더 거세져 기와 사이를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현장을 지켜보던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러다가는 누각이 붕괴되겠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0시 25분경 2층 누각 전체가 불길에 휩싸였으며 0시 58분 결국 숭례문 2층 누각이 기와부터 무너져 내렸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 영상취재: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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