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존권을 보호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자연생태계 보호와 계곡 오염 방지를 위해 특별보호구 지정은 불가피하다.”
‘일곱 선녀가 내려와 멱을 감았다’는 전설이 깃든 지리산 칠선계곡(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길이 9.7km)이 소란스럽다.
▽“풀어 달라”=국립공원관리공단이 계곡 보호를 이유로 장기 폐쇄 방침을 세우자 지역 주민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이고 환경단체도 가세해 ‘행정 편의주의’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한 칠선계곡의 비선담∼천왕봉 구간(5.9km)을 2027년까지 특별보호구로 지정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에 천사령 함양군수는 칠선계곡 개방과 지리산 문화벨트 조성사업의 우선 추진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냈다.
청원서는 “칠선계곡에 세 차례나 자연휴식년제를 시행하면서 등산객의 출입을 막아 계곡 주변 주민 2300여 명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시 20년 동안 폐쇄 조치를 한 데 대해 좌절과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청원서는 이어 “칠선계곡의 안전시설을 정비해 즉각 개방하고 ‘지리산 문화벨트 조성사업’을 조속히 시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주민 반발은 훨씬 거세다. ‘지리산 사랑 국민연대’는 4일 오전 마천면 주민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리산국립공원 관리공단 함양분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공단, 환경단체,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20일까지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주민들의 ‘생존권 사수 집회’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돼 왔다.
국민연대 관계자는 “등산객이 급격히 줄면서 민박집과 펜션, 점포를 운영하는 주민들의 피해가 아주 큰 만큼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성명을 냈다. 지리산생명연대는 “공단의 일방적인 발표는 매일 마을에 모여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분노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성의 있는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안 됩니다”=국립공원관리공단은 10일 “칠선계곡은 자연 경관, 생태계 측면에서 엄격한 보호가 필요한 곳”이라며 “개방하면 야생 동식물 서식지가 파괴될 뿐 아니라 생태계 파괴로 결국 탐방객이 외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단은 “특별보호구는 과거 자연휴식년제를 세분한 것이며 칠선계곡은 생태계 보호와 계곡 오염 방지가 목적”이라며 “자연 복원을 기대하려면 20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며, 16개 국립공원 내 59개의 특별보호구는 대부분 20년 동안 폐쇄한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주민 요구에 대해서는 비선담∼빨치산 루트 정상∼소지봉에 이르는 2.2km의 대체탐방로 개설과 칠선계곡 탐방프로그램 운영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칠선계곡:
지리산 원시림에 칠선폭포 등 4개의 폭포와 선녀탕, 비선담 등 아름다운 소(沼)로 형성돼 있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함께 ‘한국 3대 계곡’으로 꼽힌다. 추성리에서 비선담까지 3.8km는 연중 개방돼 있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