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인사 개입’ 법정서 공론화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국세청 인사 실세 연루說 규명 실마리

청탁 결국 실패… 여전히 의문 안풀려

■ 전군표 前청장 “정상곤씨 인사 청탁” 진술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11일 열린 구형 공판에서 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자신을 만나 인사 청탁을 했다고 진술해 파문이 예상된다.

국세청의 고위직 인사 로비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이 개입돼 있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한 최초의 법정 진술이기 때문이다.

전 전 국세청장은 이날 변호인의 신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통해 이 의원의 인사 청탁 정황을 자세히 소개했다. ‘2006년 가깝게 지내는 이 의원이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에 대한 인사 청탁을 강하게 했다’는 게 요지였다. 전 전 국세청장과 이 의원은 모두 강원도 출신이다.

지난해 말 전 전 국세청장의 구속은 국세청 인사에 금품 로비가 이뤄졌다는 믿지 못할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관련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우선 국세청 1급 공무원의 인사가 금품 로비만으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로비를 벌인 정윤재(구속 기소)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의 힘만으로 그런 일이 가능했겠느냐는 의혹도 꼬리를 물었다.

전 전 국세청장의 이날 진술은 이처럼 풀리지 않았던 의혹의 진상 규명에 하나의 실마리를 던져 준 것이다. 이 의원이 정 전 비서관을 뛰어넘는 ‘핵심 실세’인 만큼 이 의원의 개입 여부가 사건을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전 전 국세청장의 진술이 검찰 수사 과정이 아니라 공개된 형사법정에서 나왔다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인사 청탁에 또 다른 금품 로비가 있지는 않았는지도 밝혀져야 한다. 검찰의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게 요구되는 대목이다.

특히 인사 청탁의 당사자가 이 의원이라는 점은 앞으로 간단치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 이 의원의 인사 개입설이 공론화된 만큼 정치적 공방의 불씨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말끔하게 풀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이 의원의 부탁까지 등에 업은 정 전 부산청장의 인사 청탁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한편 부산지검은 이날 정 전 부산청장으로부터 인사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 전 국세청장에 대해 징역 4년, 추징금 8000만 원(현금 7000만 원과 미화 1만 달러)을 구형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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