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결과 채 씨는 토지 보상과 법원의 추징금 등에 불만을 품고 숭례문에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에 따르면 채 씨는 10일 오후 8시 45분경 숭례문 2층 누각에 올라가 시너 1.5L를 바닥에 뿌리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숭례문을 전소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11일 오후 8시 15분경 인천 강화군 하점면에서 채 씨를 긴급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채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대상을 찾기 위해 사전답사를 하면서 종묘에도 갔는데 야간 출입이 어려워 포기하고, 열차 테러도 생각해 봤지만 대중교통시설은 인명 피해가 심각할 것 같아 포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하점면 채 씨의 전처 집에서 바지, 장갑, 시너 등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증거품을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누군가가 숭례문에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경찰청 교통관제 폐쇄회로(CC)TV 영상을 12일 찾아내 이 사람이 채 씨인지, 또 공범이 있었는지를 판독하고 있다.
채 씨는 2006년 4월에도 도시계획 도로에 포함된 자신의 토지 보상 문제에 불만을 품고 창경궁 문정전에 불을 질러 왼쪽 문을 태운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경찰은 “채 씨가 당시 판결에서 문화재 소실 추징금으로 1300만 원을 선고받자 억울한 처분을 받았다고 생각해 이번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행 문화재보호법과 형법 등에 따르면 문화재를 불태운 사람은 최고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채 씨는 국보 1호를 전소시킨 데다 숭례문 복원에 수백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중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숭례문의 관리감독을 맡은 관련 기관의 과실 유무도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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