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사람/실명 아픔 딛고 박사학위 딴 김형수 씨

  • 입력 2008년 2월 13일 06시 40분


“장애의 벽이 높긴 하지만 그렇다고 넘지 못할 벽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26일 조선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는 김형수(43·사진) 씨.

7년 전까지만 해도 그의 눈은 멀쩡했다. 1992년 조선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 씨는 전남 나주시에서 10년간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나 2001년 9월 녹내장이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두 눈의 시력을 잃게 됐다.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되면서 깊이 절망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다시 일어섰습니다.”

실명하기 전 1998년 원광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2년간 적응훈련을 받으며 박사 과정을 준비했다.

그는 “막상 장애인이 되고 보니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기본 시스템이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껴 공부를 계속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빛조차 볼 수 없는 1급 시각장애인에게 박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컴퓨터 화면의 문자를 소리로 변환해 주는 화면 리더기가 이미지는 읽지 못해 허둥대기 일쑤였고 어렵게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구하더라도 점자로 타이핑을 해서 봐야 했기에 비장애인보다 몇 배의 시간과 공력이 들었다.

논문 통계 작업 땐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아내의 손을 빌려야 했다. 남편 공부를 뒷바라지하느라 아내는 학원 강사를 그만뒀다.

그의 관심 분야는 장애인과 노인, 자살 문제. 박사학위 논문도 장애 노인의 삶과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주제로 썼다.

그는 박사 과정을 밟으며 논문 4편을 발표했고 2006년 2학기부터 시간강사로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강의 때 “김 봉사 말 좀 들어보라”고 얘기할 정도로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지낸다.

바쁜 틈에도 2년 전 ‘빛고을 행정복지회’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막연히 꿈이 이뤄지길 기다리기보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강단에서 경험을 나누고 사회복지 분야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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