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숙(63) 윤희정(39) 강윤희(41) 씨는 대학 평생교육원을 통해 공부와 창업, 꿈으로 요약되는 인생 드라마를 다시 써내려가고 있다. 이 씨는 1991년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문학과 인생이라는 강좌를 시작으로 꽃 예술 최고 지도자와 노인지도자, 여성최고지도자 등 다양한 과정을 이수하면서 끝이 없는 배움의 길을 실천하고 있다. 윤 씨는 고려대 사회교육원 커피전문가 과정을 마친 뒤 커피 전문점 창업을 앞두고 있다. 강 씨는 이미 놀이학교 원장님이지만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아동심리와 미술치료를 배우면서 아이들과의 보다 깊은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 내 인생의 2막을 열어라
이화여대 영문과 출신인 이영숙 씨는 대학교수가 목표였지만 졸업과 함께 결혼하면서 그 꿈을 접었다.
하지만 그는 세 자녀가 성장한 47세 때 모교 평생교육원의 문을 두드렸다. 평소 관심이 있던 문학 강좌에 이어 1996년 꽃 예술 최고지도자 과정에 입문했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라는 가족의 사랑과 배려가 든든한 힘이 됐다.
“뒤늦게 시작한 새로운 공부는 내 인생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평생교육원에서 공부하고 젊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인생의 활력을 찾게 됐습니다.”
그가 특히 애착을 갖는 분야는 ‘꽃 예술’이다. 꽃 예술은 흔히 상상하는 꽃꽂이가 아니라 조형과 색채의 원리 등을 바탕으로 창작 차원의 예술로 발전시킨 것. 이 과정에서는 꽃꽂이 기능뿐 아니라 미술 이론, 현대와 고전 화훼, 원예학 등을 배우게 된다.
그는 주장한다. 너무 늦어 못하는 것은 없다고.
남들과 비교할 때 뒤늦게 새로운 배움을 시작했지만 그 노력들이 자신은 물론 주변의 삶까지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현재 한국꽃예술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노인지도자과정을 통해 노인 건강과 복지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며 “꽃을 통해 노인들의 정신과 육체 건강에 도움을 주는 봉사활동이 목표”라고 말했다.
커피 마니아인 윤희정 씨는 자신의 취미를 살려 3월 커피 전문점을 낸다. 4년간 육아 때문에 일을 쉰 그는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면서도 즐거운 일을 찾았다. 그때 떠오른 것이 커피였다.
평소 학부모나 친구들과 모이면 커피를 즐기던 그는 커피를 제대로 알기 위해 지난해 9월 고려대 사회교육원 커피 전문가 과정에 등록했다. 매주 6시간씩 커피의 역사와 문화, 원산지, 로스팅(커피를 볶는 과정) 등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한 한기 수강료가 90만 원 정도였는데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냥 창업했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어요. 커피에 대해 더 잘 알게 된 만큼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졌습니다.”
그가 주변에서 쉽지 않다고 하는 창업을 선택한 것은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컸다지만 아직 엄마의 손길이 필요해 직장보다는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창업으로 방향을 잡은 것.
그의 커피 사랑은 또 다른 꿈으로 이어졌다. 올해 바리스타(커피 만드는 전문가) 자격증에 도전한 뒤 나중에는 자신의 커피 전문점을 커피에 관한 교육과 창업 컨설팅을 함께 진행하는 커피 아카데미 하우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그는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여성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많은 30, 40대 여성이 일자리를 찾지만 학습지와 보험 분야 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적습니다. 취미를 살리면서 평생교육원을 통해 약간의 투자를 한다면 훨씬 다양한 길이 열립니다.”
○ 공부하는 엄마는 즐겁다
“40대는 정말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기반도 있고 아이들도 성장해 시간적 여유도 생깁니다.”
강윤희 씨는 미술학원에 이어 2003년부터 미술치료 개념을 도입한 ‘대자연 미술 놀이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원장 선생님이다.
원장이라는 직함이 있지만 배우는 데는 자리나 나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숙명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아동미술심리지도사 초급 자격과정을 마쳤다.
이 과정에서는 미술 치료 이론과 실무, 아동 가족 미술치료, 아동발달의 이해, 정신병리학 등을 배웠다.
그는 “주로 미술과 놀이가 중심이 되는 학원을 운영하면서 제대로 공부해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심리지도사 심화 과정에 이어 석사와 박사 학위까지 취득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무심코 그은 선이나 만지작거린 찰흙덩이에도 다양한 내면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전에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감정적으로는 느끼지만 모호했던 것들이 점점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는 또 공부하는 엄마의 즐거움은 상상외로 크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셋이 있는데 공부하라는 말이 따로 필요 없어요. 아이들이 엄마가 일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모습을 좋아하고 또 따라합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