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명 입장 표명… 반납땐 일부 사립대 동조 가능성
고려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예비인가를 반납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르면 14일 공식 견해를 표명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고려대 법대 교수회는 13일 이기수(법학) 총장이 참가한 가운데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로스쿨 예비인가 신청 철회 등 로스쿨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2시간여에 걸친 회의에서 상당수 법대 교수들이 “현행 로스쿨 제도에 문제가 많고, 고려대가 배정받은 120명 규모로는 정상적인 로스쿨 운영이 어렵다”며 예비인가 신청을 취소하고 현행 법학부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대 교수회는 당초 이날 로스쿨 예비인가 신청 취소 여부도 논의해 결론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법대 교수회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대학 본부 등과의 논의를 거치기로 했다.
하경효 법대 학장은 “고려대는 책임 있는 대학으로서 로스쿨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양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면서 “법대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로스쿨 정원이 너무 적고, 당분간 법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 총장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며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 학장은 “고려대가 현행 법대 학부를 유지하면서 4년 동안 체계적으로 법학 교육을 실시해 졸업생을 로스쿨로 배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대학 본부와 학생, 동문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로스쿨 인가 신청 철회를 비롯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14일 또는 15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로스쿨을 도입하면 법대 학부뿐만 아니라 특수대학원인 법무대학원까지 폐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특히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대학원 정책상 전문대학원을 신설하면 같은 전공의 특수대학원은 없애야 한다.
서울대는 로스쿨 반납에 동참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일부 사립대는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법대 학장은 “서울 중상위권 대학들은 로스쿨 추진 과정이 전반적으로 잘못됐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고려대가 반납을 결정할 경우 우리 학교도 반납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이 로스쿨을 반납할 경우 해당 대학의 정원을 다른 대학으로 재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로스쿨 예비인가를 신청했던 20여 개 사립대 총장들은 14일 낮 회동을 갖고 로스쿨 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사립대총장협의회장인 손병두 서강대 총장과 이기수 고려대 총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