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암투병 미술인, 평생 자료 선뜻 기증

  • 입력 2008년 2월 14일 05시 53분


고복순씨 광주시립미술관에 도서 등 3만여점

암 투병 중인 미술인이 30년 넘게 모아 온 각종 미술 관련 자료를 최근 광주시립미술관에 기증했다.

고복순(49·여·사진) 씨는 11일 미술 관련 도서와 시청각 자료 등 3만여 점을 광주시립미술관에 맡겼다. 고 씨는 나머지 14만7600여 점도 여건이 갖춰지면 기증할 계획이다.

고 씨가 기증한 자료는 미술 관련 단행본 5000여 권과 학술논문 800여 권, 정기간행물 1500여 권 등 출판자료 7600여 권을 비롯해 작품 카탈로그 9600여 점과 작품 파일 1만6000여 점 등이다.

고 씨가 1964년부터 정리한 신문 스크랩과 외국을 누비며 수집한 화보, 원서도 포함돼 있어 일반인은 물론 미술 전공자나 작가에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광주 출신으로 성신여대 미술사학과를 졸업한 고 씨는 1987년 광주에서 갤러리 ‘무등방’을 열었으며 1990년대에 서울로 올라가 미술정보 관리 연구소를 운영하기도 했다.

1995년 제1회 광주비엔날레 조직위 국제부장으로 참여했던 고 씨는 광주의 미술 관련 기관에 미술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관하는 ‘아카이브(archive)’가 없는 것을 늘 아쉬워했다.

고 씨는 1년 6개월 전 두경부암 선고를 받고 인천과 광주를 오가며 투병 중이다.

고 씨는 “광주가 국제미술행사인 비엔날레를 열고 문화수도라는 자부심이 있지만 미술 아카이브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늘 안타까웠다”며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자료를 기증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택 광주시립미술관장은 “기증자가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지만 고 씨의 이름을 자료실 명칭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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