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교단 지킨 큰나무

  • 입력 2008년 2월 15일 02시 59분


연합뉴스
‘충북 교육계 사표’ 유성종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 총장 22일 퇴임

“난 가짜 교육자입니다. 이제야 여유를 갖고 탁족만리유(濯足萬里流·만리 흐르는 물에 발을 씻다·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뜻)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충북 교육계의 사표(師表)로 불리던 유성종(76·사진) 꽃동네 현도사회복지대 총장이 22일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51년 동안 몸담았던 교육계를 떠난다.

그는 1957년 충북 청주상고(현재 청주대성고) 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충주고 교장이던 1983년 충북도교육감으로 충북교육의 수장이 됐다.

이어 교육부 장학편수실장, 국립교육평가원장, 주성대 학장과 이사장을 지냈다. 2004년 3월 현도사회복지대 총장이 됐다.

퇴임식은 학위수여식에서 간단한 고별사로 대신할 계획이다. 총장 자리에 오르면서 번거롭다는 이유로 취임식을 하지 않을 정도로 성격이 소탈하다. 그의 부탁대로 대학은 이번에 퇴임행사를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그의 삶의 신조는 5무(무욕 무적 무벌 무언 무한). 청주 주성중 교감 시절 집에 불이 나서 모두 탔다는 소식을 듣고도 수업을 마친 뒤 점심시간 때 잠깐 다녀와서 다시 오후수업을 했던 일은 유명하다.

사회복지 및 노인복지 문제에 관심이 많아 68세이던 2000년에 현도사회복지대에 학생으로 입학해 손주뻘 되는 신입생과 함께 공부해서 화제를 모았다.

“최고위직을 지낸 분이 무슨 공부냐”는 말이 있었지만 그는 “공부하는 데 나이가 무슨 대수냐. 젊은 학생들과 공부하는 일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유 총장은 “퇴임 이후에는 어떠한 공직이나 명예직을 맡지 않고 노인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다가 조용히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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